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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캘리포니아 전력난 해법

입력 2001-03-26 18:34업데이트 2009-09-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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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캘리포니아의 전력통제기관인 독립시스템운영국(ISO)은 이 지역 발전업자들이 전력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유틸리티 업체에 10개월에 걸쳐 60억달러 이상을 부당청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전력위기가 부분적으로는 발전업자들의 시장조작의 결과라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ISO가 발전업자들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발전업자들도 음모를 꾸밀 필요가 없었다. 주변 상황이 시장조작을 아주 쉽고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실제로 발전업자들이 시장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믿기 위해서는 그들을 ‘성자’ 또는 ‘무능한 비즈니스맨’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이윤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위기가 일어나자 가격을 올리기 위해 전력을 고의로 보유했다는 비난이 발전업자들에게 쏟아졌다. 경제학자들은 전력위기가 기사화되기 한참 전부터 시장조작 가능성에 대해 위험신호를 보냈다. 일찍이 전력산업의 규제철폐와 민영화를 실험한 영국에서도 시장지배력이 문제가 되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었다.

시장조사를 통해서도 이런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인 폴 조스코우와 에드워드 칸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여름 시장지배력의 행사가 전력가를 치솟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좌파주의자도 규제철폐 반대자도 아니다. 다만 증거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이런 증거들에 대해 워싱턴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 산업의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해오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최근 ‘애완견(lapdog)’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FERC의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캘리포니아의 발전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힘을 실제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되풀이하지만 그런 발전업자들은 성인이 되거나 무능한 비즈니스맨이어야 한다.

나는 발전업자들에게 엄청난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업체가 어느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지, 또 그들이 한 일이 불법인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상태다.

FERC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도매가격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이는 전력구입 보조금으로 한 달에 10억달러 이상을 쏟아 붓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난을 덜어줄 것이다. 또 ‘시장지배력의 행사’가 문제가 되는 시장에서 도매가격 상한제는 공급을 늘려줄 수 있다. 가격을 올리려고 전력을 보유할 인센티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자유시장논리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발전업자들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의 곤경을 외면할수록 가격상한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정책이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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