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FRB 과감한 금리인하를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6분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관리들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등은 장래에 대한 불안이 감세안 통과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패닉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FRB관리들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만 준다.

14일의 나스닥 폭락은 부분적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 탓이지만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시장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경제가 복원되느냐, 수축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제조업의 침체는 주로 늘어난 재고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라면 경제는 곧 활력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제조업의 침체와 주가하락, 불안한 분위기 등이 겹쳐 소비자나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FRB는 재고가 줄면 자연적으로 복원력이 생겨 신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FRB는 금리 대폭인하에 부정적이다. 일시적인 약세국면에 금리를 대폭인하할 경우 장래에 인플레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가 계속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FRB가 결국은 이 같은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피해가 클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본 스타일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일본은 제로금리를 택했는데도 신뢰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FRB의 장밋빛 시나리오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악재로 상황이 바뀌었다. 소비지출이 줄고 기업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유예한다면 경기가 수축될 것이다. 증시추락은 이 같은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다.

14일의 주가폭락은 대충 봐도 소비지출을 줄일 것이다. 단 하루의 주가폭락이라도 부시의 감세정책으로 1년 동안 늘어날 소비지출보다 더 큰폭으로 소비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FRB는 다음주 금리를 내려야 한다. 그 폭이 작으면 인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뢰를 살리기 위해서 과감한 금리인하가 절실하다.

<정리〓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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