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리포트]푸동 '하이테크 파크' IT강국 꿈꾼다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29분


《대만 최대의 PC방 업체 ‘전략고수’(戰略高手)의 우다오퀘이(吳道揆·49) 중국지사장은 요즘 상하이 시정부에 불만이 많다. 지난해 7월 상하이의 강남격인 슈쟈휘(徐家匯)에 200만달러를 들여 3층짜리 PC방을 지었지만 완공 직후 시정부가 ‘왕바(網+bar, PC방) 정돈기간’이라며 영업을 중지시켰기 때문. “급속도로 퍼지는 PC방에서 청소년들이 ‘유해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우씨는 “두달 뒤엔 규제가 풀려 경쟁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보며 “내년까지 상하이에 PC방 200개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업체의 대만 점포는 39개뿐이다.

우씨의 상하이에 대한 이런 ‘애증’(愛憎)은 물론 폭발적인 인터넷 수요의 증가 때문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2월 현재 중국 인터넷 사용인구는 2250여만명. 이중 9%인 202만여명이 상하이인이다. 그것도 불과 반년 사이에 25%나 늘었다.

▼글 싣는 순서▼
1. 총성없는 전쟁
2. "나를 더 이상 중국인이라 부르지 마라"
3. 피말리는 자발적 구조조정
4. 강요된 현지화:"내 돈은 내돈,네 돈도 내돈"
5. 발화하는 주식시장:'미래의 노다지'인가
6. 실리콘 밸리도 두려워하는 폭발 직전의 IT산업
7. 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상하이

아직은 베이징의 네티즌 수(전체의 12.39%)가 가장 많지만, 1인당 GDP가 베이징의 두 배(4180달러)인 상하이가 곧 추월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막강한 금융 인프라에 상하이인들의 정보 욕구가 더해져 상하이가 21세기의 새로운 ‘정보 항구’가 된다는 얘기다.

상하이시의 ‘인터넷 프로젝트’는 전방위에서 감지된다. 1월초에는 지하철에 케이블 731㎞, 광섬유 1400㎞를 설치해 인터넷 속도를 2배로 높였다. 또 자오퉁대 푸단대 등 상하이 명문대들이 참여 아래 시 전체가 공유하는 ‘컴퓨터 플랫폼’ 슈퍼컴퓨터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고수’의 경우에서 보듯 현재의 상하이가 ‘인터넷 천국’은 아니다. 인터넷 산업을 ‘량탄이싱’(兩彈一星·중국이 개발한 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에 비견되는 21세기 중국경제의 견인차로 보면서도 정작 그 보급 속도와 수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 한 현지 관계자는 “개혁개방 이후 약화된 대(對)시민 통제력을 인터넷을 통해 회복하려는 중앙정부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인터넷은 타 분야에 비해 아직 관(官)의 영향이 강한 편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新浪)에서 ‘색정’(色情·포르노)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즉각 ‘적절치 않은 단어’(不適宣的關鍵詞)라는 메시지가 뜬다. 케이블TV망을 통해 인터넷을 하는 것도 불법. 외국계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진출도 아직 전무하다. WTO 가입시 49%, 2년 뒤 50%의 지분 참여를 허용한다는 방침 정도만 알려졌다.

때문에 PC시장에서 외국계와 현지업체가 한창 공방을 벌이는 등 양적으로는 급성장중이지만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는 아직 미미하다. 인민일보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서구 것의 중문판”이라며 “중국 인터넷업계가 ‘사막화’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양상은 인터넷과 함께 IT업계의 양대 산맥인 통신분야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통신업의 간판격인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르다. 1월말 현재 중국의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8500여만명. 이 가운데 300만명을 보유한 상하이는 중국 최대의 휴대전화 이용도시다. 이 성장세를 겨냥한 휴대전화 단말기시장 쟁탈전도 자연히 뜨겁다. 모토롤라(점유율 1위, 36%) 노키아 에릭슨 등이 이미 시장의 80%를 점령했다.

하지만 그 가공할 ‘확산력’ 때문에 통신서비스시장의 문호는 아직 굳게 닫혀 있다. 리타워텍의 상하이지사장 샤준(沙準)씨는 “질적 성장이 더디더라도 통신시장은 자본시장과 함께 가장 늦게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상하이는 언젠가는 개방할 IT산업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그 해답의 일단을 보여주는 곳이 푸둥(浦東)의 ‘창장 하이테크 파크’(張江高科技圓區)다.

지난해 4월 시정부 출자로 설립된 이 중국판 ‘실리콘밸리’에는 모토롤라, 인텔, 소니 등 세계적 IT업체들의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입주 대기중인 기업도 600여개. 상하이출신 유학파 2000여명이 몰려 있다.

상하이는 이곳에서 다양한 IT기술과 인적자원을 확충해 사회주의 체제에서 발아한 IT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시장에 연결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파크 발전공사(發展公司) 다이하이보(戴海波)사장은 “입주기업에 처음 3년간 면세, 이후 5년간 50% 감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곳은 상하이에서도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파크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첸가오(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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