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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그린스펀 경제운용 믿어도 되나

입력 2001-03-05 18:35업데이트 2009-09-2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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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경제운용이라는 그의 임무에서 조금씩 뒤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주 하원 증언에서 “생산성 증가를 이끌었던 힘이 이제는 거꾸로 경기순환 과정에서 조정을 재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을 되새기면 다음과 같이 들린다. “제조업 지표가 하락하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는 민첩한 기업의 문제이다. 즉 정보기술(IT)로 힘을 얻은 기업들이 과도한 재고량을 덜어내는 현상일 뿐이다.” -> 원문보기

그의 증언에는 ‘중대한 경고’도 담겨 있었다. “일반적으로 불균형을 빨리 조정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조정과정이 빨라지다 보면 경고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밀접한 관계를 맺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기업이 투자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가들의 민첩한 행동을 흉내낸다. 즉 경제의 상당 부분이 버블과 패닉이 잠재하는 금융시장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오라클사는 실망스러운 매출 결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즈니스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오라클사가 기업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기업들이 투자규모를 줄여나간다는 소식이 잇달았다.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아서가 아니라 최근 분위기를 보면 잠시 관망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한 기업의 투자가 다른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규모 축소는 경제를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한다. 평소 FOMC는 6주만에 겨우 한 번씩만 열리지만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면 달라진다. 패닉은 쉽게 확대재생산되기 때문에 재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FRB는 조기 금리 인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신경제가 금융시장이 아닌 기업의 설비투자 부문에서 패닉에 빠진다면 FRB의 이런 자세는 중대한 실수로 판명될 것이다.

군사이론가들은 ‘OODA 주기’를 이야기한다. 적을 관찰하고(observe) 방향을 정해(orient) 결정한 뒤(decide) 행동하면(act) 승리한다는 말이다. 경제안정이라는 문제에서 우린 적을 만났다. 비이성적으로 풍요를 즐기다가도 갑작스럽게 패닉상태에 빠져드는 바로 우리 자신이 적인 셈이다.

과거에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의 주기’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그토록 이야기하던 ‘테크놀러지에 따른 변화’ 때문에 경제의 반응도 훨씬 빨라졌다. 다음 FOMC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바로 지금 그런스펀 의장은 관찰하고 방향을 정해 결정한 뒤 ‘행동’해야 한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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