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사람들]예산귀농학교 교장 김용필 목사

  • 입력 2001년 2월 16일 20시 01분


"인터넷 상록수를 꿈꾼다."

사이버상에서 귀농을 원하는 도시인들을 교육시키는 충남 예산의 귀농학교 사이트 농사아이닷컴(http://www.nongsai.com). 이 사이트의 운영자인 예산 귀농학교 교장 김용필 목사는 원래 오프라인 출신 농촌운동가다.

IMF 직후인 지난 98년부터 귀농학교를 운영해 그동안 180여 명의 제자를 농촌으로 정착시킨 김목사는 제자들이 상처만 얻고 떠날 때가 가장 안타깝다.

"농촌에도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는데 이를 모르고 뛰어들어 지역에서 '왕따'당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봤어요. 정착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재배작물에 대한 상식, 농기계 다루는 법, 농사행정 등의 상식 정도는 알고 귀농해야 합니다"

사이버 귀농학교를 만들기 전까지 김목사는 예산의 한 폐교를 보수해 만든 귀농학교에서 학생들에게 1달간 합숙 교육을 시켜왔다.

이 교육을 거쳐간 학생들은 김목사를 헌신적인 농촌운동가로 기억한다. 지난 99년 1달간 이 귀농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경기도 동두천에서 토끼 농장을 하고 있는 강민석씨도 김목사의 제자. 강씨는 99년 IMF로 회사가 망해 귀농을 결심하고 이 학교에 다니게 됐다. 농촌에 정착하면서 공무원의 횡포로 울기도 많이 했다는 강씨는 귀농학교 시절을 이렇게 떠올린다.

"1달의 교육으로 농촌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목사님의 도움으로 농촌에 정착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어요"

강씨와 같이 지난 99년 2월 이 학교를 수료하고 강원도 홍천에서 양계업을 하고 있는 이찬기씨는 김목사의 헌신적인 상록수정신을 잊지 못한다.

"99년 건설회사에 다니다 휴직계를 내고 이 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귀농학교에서는 친환경농법 등 지금 농촌이 고민하는 것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김목사님을 통해 농사법도 배웠지만 우리 땅에 대한 헌신적인 정신을 배운 게 더 기억에 남아요"

김목사의 사이버 귀농학교는 1월 26일부터 4월 26일까지 3개월간 과수, 축산, 수도작, 채소, 버섯재배, 친환경농업 등의 12개 과정을 교육할 예정이다. 고려대 원예과 출신의 유재영(사과재배), 영농후계자 윤병일(배재배) 씨 등 지역선도농업인들이 김목사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친다. 김목사는 이제까지 해오던 합숙 훈련과정도 함께 해나갈 생각이다.

"지금까지 예산 귀농학교는 무료로 운영돼 왔어요. 그러는 동안 누적된 실습비, 자재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든 비용 때문에 3개월 교육비로 12만원을 받기로 했어요."

돈 이야기를 꺼내면서는 왠지 겸연쩍어하는 김용필 목사. 그가 인터넷에서 새로 쓰게 될 전원일기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궁금해진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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