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침묵의 봄'이 가까워 오는가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44분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
입춘이 지난 지 열흘이 돼 가지만 봄은 아직도 멀리 있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봄은 슬며시 다가와 두터운 외투를 벗게 만들겠지요.

만약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면 어떨까요. 인터넷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는 과학동아에 연재 중인 ‘다시 읽는 과학고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책 가운데 요즘 눈길이 가는 것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입니다.

이 책은 1962년 출판된 이래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의 바이블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 책에서 카슨은 모기를 죽이기 위해 살포한 DDT가 새들을 죽음에 이르게 해 봄이 와도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봄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침묵의 봄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생태학연구소의 마르셀 비세르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방 애벌레가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져 전체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나방 애벌레는 봄에 깨어나 참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너무 이른 시기에 나와 먹을 만한 참나무 잎을 찾지 못해 굶어 죽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나방 애벌레를 먹고사는 박새가 먹이를 못 찾게 되고 연쇄적으로 박새를 잡아먹는 황조롱이에게도 영향이 미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기후 변화에 따라 모든 종이 똑같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태계 곳곳에 구멍이 생겨, 봄이 와도 숲에는 또다시 침묵만 흐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달 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행여 개구리마저 나방 애벌레처럼 때를 못 맞춰 굶어죽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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