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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미국인 현혹하는 '부시 감세안'

입력 2001-02-12 18:40업데이트 2009-09-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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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1조6000억달러 이르는 감세안을 의회에 제출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이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은 ‘살라미 소시지 전술’을 구사한 것 같다. 살라미 전술이란 마치 소시지를 얇게 자르듯 감세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배제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우선 살라미 덩어리를 살펴보자. 현재 미국에서 개인이 내는 연방세금에는 급여세 소득세 상속세 등이 있다. 이중 급여세는 고정세율 15.3% 최고한도 7만달러로 연방세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득세율은 대부분 10%를 넘지 않으나 고소득자의 경우 30%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67만5000달러 이상의 상속 증여물에 부과되는 상속세는 극히 소수의 부자들만이 내는 연방세금이다.

살라미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그 전술을 들여다보자. 보수주의자들은 그동안 과도한 세금 부담을 비난하면서 급여세에 대한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여기에 행정부는 감세 이야기를 꺼낼 때면 어김없이 살라미 전체 규모의 숫자를 들먹였다. 이때 연방 재정흑자가 5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빼놓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서 재정흑자의 규모는 그 절반에 해당되며 나머지 절반은 급여세로 충당되는 사회보장 의료보험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이번 감세안에서 급여세 부분은 제외됐다. 즉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은 그대로 둔채, 부유층이 내는 소득세는 대대적인 감면을 해주는 셈이다. 게다가 그들은 소수의 초고소득층에게 부과되는 상속세를 없애길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행정부는 이번 감세안이 노동계층을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주 폴 오닐 재무장관은 감세안이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에 ‘가까운(close to)’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고 “나아가 미국의 모든 납세자에게 ‘영향을 끼치게(affect)’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가까운’이란 말은 그 계층에 ‘속할(in)’ 필요는 없는 것이고 ‘영향을 끼친다’는 말도 실제로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설적인 웅변가로 알려진 오닐 장관이 아주 빨리 새로운 화법을 배워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꼼꼼한 살라미 전술은 계속됐다.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은 계속해서 저소득층이 받을 혜택을 홍보했다. 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소득세가 아닌 급여세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다.

독일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사람들은 소시지와 법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를 때 잠을 더욱 잘 자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마 부시 대통령은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그는 지금 미국인들이 세금이라는 살라미 소시지의 구성물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 그것을 어떻게 자를지에 대해 모르길 바라고 있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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