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NGO회원]근육병 자원봉사자회 가수 이문세씨

  • 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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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저는 무척 튼튼했어요. 그런데 6살 무렵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저보다도 어머님께서 더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드셔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님께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노력하여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이며 바람입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 근육병 환자 김재원군의 편지 중에서…

은은함이 배어나는 곡조와 마디마디 눈시울을 적시는 가사로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는 가수,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으로 국내 최고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자리잡은 이문세씨(42).

요즘 새 앨범 작업으로 밤낮없이 바쁜 가운데도 그가 한 달에 한번 꼭 찾는 곳이 있다.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 근육병클리닉.

"한 친구, 한 친구 세상을 떠나면 그들 하나하나를 잃는다는 슬픔에 가슴이 아파서, 이제는 그 친구들 전체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85년 교통사고로 입원한 그가 당시 담당의사였던 문재호(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장)박사와의 인연으로 시작한 활동이 '근육병클리닉 자원봉사자회(http://www.kmdf.or.kr,전화:02-3497-2621)'이다.

지난해 12월 20일 16회째를 맞은 자선의 밤 '함께 걸어요' 행사의 수익금으로 구입한 휠체어와 호흡기 등을 전달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문세씨는 근육병에 대해 의사만큼이나 자세하게 설명했다.

"근육병이란 신경이나 다른 신체조직은 정상이나 근육에만 이상이 생겨 신체에 장애가 오고 합병증으로 고통받게 되는 병으로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적, 진행적 질병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1300여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그는 연예활동경력 20년, 자원봉사경력 15년의 고참(?)답게 매년 12월 펼쳐지는 자선의 밤 행사를 기획·연출하는 주도적인 역할은 물론 현재 매월 한차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좋은 의미의 공연을 기획하다보니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어 즐겁습니다"

현재 자원봉사자회에는 탤런트 박상원씨를 비롯해 가수 신승훈·김건모·김장훈씨 등이 참여해 환자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매월 환자들의 생일파티와 함께 봄에는 야구장 함께가기, 여름에는 수영장 야유회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직업이 가수인 그의 수 많은 노래 가운데에는 10여년의 봉사활동 속에서 느낀 슬픔과 희망을 노래한 곡들이 많다.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 '시를 위한 시('91년)

그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던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다음 모임에서는 볼 수가 없었던 아이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환자를 돕는 활동을 하다보니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는 그는 '스카이 다이빙'을 빼고는 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다는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패러글라이딩, 수영, 스키, 골프, 축구…요즘은 배드민턴에 빠져 있어요"

마지막으로, 라디오에서 듣던 차분하고 이지적인 그의 목소리로 2001년 새해소망과 근육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듣고 싶었다.

"어느 누구든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느 가정이든지 행복의 조건으로만 꽉찬 가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근육병이 비록 거동이 어렵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이 역시 삶의 작은 고통일 뿐이라고 여기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새해 소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늘 그래왔듯이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처럼 음악과 방송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 일들이 잘 되기를 바랄 뿐.

"그래야 가정도 돌보고, 친구들 밥도 사주고 하죠"

예전에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마굿간 콘서트'라는 코너가 있었다.

출연자들과 조촐한 작은 음악회를 가지는 시간.

언제나 차분하고 소박한 '마굿간 콘서트'같은 만남이었지만 가슴에는 벌써 풍성한 '가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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