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봅허버트/미국 장관 지명자 ‘부적격’인물 많다

입력 2001-01-09 18:35수정 2009-09-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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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적인 색채를 띠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중요한 국내 정치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존 애시크로프트는 만약 13세 소녀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그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어긋나는 믿음이다.

애시크로프트씨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원의원 시절 그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이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정의가 포함된 연방 법안과 헌법 개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피임약과 자궁내 삽입물 등 가장 흔하게 쓰이는 피임법마저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피임법이 이미 수정된 난자의 착상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시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 합리적이고 온건한 정부를 구성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애시크로프트씨의 정치적 견해는 조금 다르다. 그는 과거에도 ‘중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온건주의자와 죽은 스컹크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음은 부시 당선자가 노동부장관으로 지명한 린다 차베스. 원래 노동부장관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차베스씨의 과거 경력을 살펴보면, 미국의 노동자들은 지금부터 피난처를 찾아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미국이 역사상 최대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을 때에도 차베스씨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했다. 몇 년 전에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마르크스주의적’이라며 비웃은 적도 있었다.

차베스씨는 노동운동에 대한 경멸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또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차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성희롱 소송을 조롱하면서 그런 소송들이 미국을 ‘울보들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녀가 노동부장관으로 인준을 받는 경우, 직장의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사항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녀가 “그만 좀 울어!”라고 소리를 질러버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노동자들 다음으로 피난처를 찾아야 하는 것은 환경운동가들이다.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게일 노턴 때문이다. 부시가 그녀를 지명했다고 발표하자마자, 통신사들은 그녀가 납이 들어간 페인트를 제조한 회사를 대표해서 로비를 했던 이야기들을 시끄럽게 쏟아놓았다. AP 통신에 따르면, 휴스턴의 ‘NL 인더스트리즈’라고 알려진 이 회사는 현재 수많은 소송에 직면한 상태다. 그 중에는 ‘납 페인트’에 중독된 어린이들에 관한 소송도 10여건이나 된다.

존 애시크로프트, 린다 차베스, 게일 노턴씨는 분열보다는 통합을 원한다고 자처했던 사람이 고른 것치고는 매우 기묘한 인물들이다.

(http://www.nytimes.com/2001/01/08/opinion/08HERB.html)

필자〓봅 허버트(NY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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