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토머스 프리드먼/골프와 미대선

입력 2000-11-21 18:34수정 2009-09-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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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은 흔히 골프가 인생과 같다고 말한다. 또 골프 코스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그의 평소 행동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잡지 ‘골프 다이제스트’에 기사를 싣기 위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는 “골프는 여러 면에서 인생과 같다”며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실수는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라고 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말이나 이런 말들이 오늘날 우리 정치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최근 갤러웨이에서 제작한 새로운 드라이버가 논쟁거리가 됐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클럽, 공 등 새로운 골프장비가 나오면 이를 공인해 주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일례로 한방에 400야드 나가는 클럽이나 공이 나온다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갤러웨이의 새 제품 ERCⅡ 드라이버가 USGA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것도 이 드라이버가 한번 쳤다하면 공이 너무 멀리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달 18일 근대 골프의 제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널드 파머가 엄청난 금액을 받고 갤러웨이와 12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파머는 갤러웨이와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골퍼들에게 ERCⅡ 드라이버 사용을 권장했다. 그의 주장인 즉 레크리에이션 골프는 프로페셔널 골프와는 다르므로 아마추어들이 이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파머의 이 같은 발언은 즉시 골프계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떤 한 규칙이 “따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일단 선언되면 그 규칙은 금세 효력을 잃고 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골프의 제왕으로서 그 ‘신성한 규칙’을 옹호하리라고 믿었던 많은 사람은 파머가 금욕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혼’을 팔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골프 클럽들은 ERC 드라이버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많은 클럽이 자신들의 코스에서 이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플레이어들도 필드에서 서로에게 “당신 그 불법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견제하곤 한다.

잔디필드에서 세파로 나와보자. 플로리다주 대통령 선거 재검표 싸움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은 TV에 나와 자기 주장을 열렬히 쏟아낸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당에 유리한 말만하고 진정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낼 묘안을 찾는 데는 소홀한 것 같다.

국민은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며 저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평범한 지혜이지만 현재의 제도에서 무엇이 공정한 것이며 무엇이 최선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이것은 된다” “이것은 안 된다”고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를 정확히 평가하자는 것이다. 재검표는 국민이 투표한 것을 ‘사실확인’하는 절차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플로리다주 전체 투표를 다시 수작업으로 정확히 검표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재검표해서 승패를 가린다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정확한 표수는 투표함에 누워있는데 허수가 발표된다면 누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규칙을 왜곡하면 국민들은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파머처럼 망신을 당할 것이다.

토마스 프리드먼(NYT칼럼니스트)

(http://www.nytimes.com/2000/11/17/opinion/17FRI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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