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연 인간]브라질 '그린 익스체인지'制 눈길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53분


릭소 케 농 에 릭소(lixo que nao e lixo―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시 외곽의 오스테르나크마을에서 이 도시의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인 ‘그린 익스체인지’가 실시되는 날.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커다랗게 쓰여진 트럭 3대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주민들은 저마다 손수레에 짐을 가득 싣고 트럭을 향해 길게 줄을 늘어선다.

3대의 트럭 가운데 2대는 재활용쓰레기 수거 차량으로 내부가 텅 비어있지만 나머지 1대에는 채소와 과일 등이 가득 채워져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오전 9시경 본격적인 수거작업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빈병과 폐휴지에서부터 폐가전제품과 건축폐기물에 이르기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트럭 앞에 내려놓은 뒤 옆의 트럭에서 다시 쓰레기의 무게에 맞춰 빈 손수레에 농산물을 받아 담아갔다.

교환비율은 쓰레기 4㎏당 식량 1㎏씩. 이런 식으로 시내 64개 지역에서 실시되는 그린익스체인지 행사를 통해 수거되는 재활용쓰레기는 하루 30t이다.

오스테르나크 주민 마리아 파트리샤(35·여)는 “그린익스체인지가 실시되기 전에는 브라질 여느 도시처럼 거리마다 쓰레기가 넘쳐났다. 하지만 동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쓰레기는 바로 식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의 수도인 쿠리치바시는 인구 180만의 중소공업도시다.

유럽계 이민자들이 많은 이 도시에 처음 온 여행객들은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유럽풍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도시 곳곳의 공원들이 주는 쾌적함에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이곳 주민들이 고풍스런 건물들 못지 않게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제3세계 도시로서 이례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이 도시의 환경프로그램이다.

브라질의 평범한 공업도시였던 쿠리치바는 80년대초부터 꾸준히 실시해온 환경프로그램의 덕분에 남미에서도 가장 청결하고 살기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과 유네스코 등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제3세계의 모범적인 사례로 선정돼 수차례 받은 상이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시가 70년대초 까지만해도 브라질의 다른 도시처럼 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늪지대에는 산업폐기물이 쌓여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쿠리치바가 이처럼 남미 최고의 환경도시라는 평가를 얻게 된 데에는 ‘삶의 질에 대한 철학’에 기반해 과감히 환경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이를 실천한 전임시장이자 현 파라나주 주지사 자이메 레르너의 덕분이다.

유태계 이민의 후손인 레르너는 일본계 이민 2세인 히토시 나카무라환경국장 등과 함께 이스라엘 일본 등 환경선진국을 돌며 각국의 환경프로그램을 시찰한 뒤 쿠리치바의 실정에 맞게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선진화된 환경프로그램을 이 도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곤란한 점도 많았고 초기에는 적잖은 시행착오도 거쳐야했다.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의식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으로 참여와 경제논리에 따른 환경프로그램이 가능했지만 이를 쿠리치바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민들이 모은 재활용쓰레기를 시에서 잉여 농산물과 교환해주는 이른바 ‘그린익스체인지’였다.

이를 통해 쓰레기문제도 해결하고 도시빈민층의 생계도 해결하는,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수거된 재활용쓰레기는 공장으로 가져가 각종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지며 여기서 생긴 수익금은 다시 도시 빈민이나 부랑자들을 위한 사회사업시설에 쓰여진다.

시민들에게 쾌적한 삶의 질을 제공하는 원천이 된 26개의 공원도 환경과 삶의 질 개선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던 늪지대는 우기 때마다 늪에 쌓여있던 산업폐기물이 물과 함께 떠다니는 이 도시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늪지대를 식물원과 근린공원 등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쿠리치바는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공원과 가장 넓은 녹지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도시의 환경이 아직 만족할만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시 관계자들은 쓰레기와 식량을 교환한다는 발상 자체가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털어놓았다.

카시오 다니구치 쿠리치바시장은 “쿠리치바의 환경프로그램이 제3세계의 모범적인 성공사례라고 하지만 아직도 자발적인 참여의식이나 경제적 수익창출의 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이것이 시에서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밝혔다.

▼쿠리치바市 환경 교육▼

쿠리치바가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환경개선을 도시서민들의 생활개선과 연계시키고 환경보호의식을 생활화하는 이 도시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은 제3세계의 모범적인 환경교육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루타’라고 불리우는 환경학교도 이같은 노력을 반영하는 이색적인 프로그램. 34개의 빈민거주지에 세워진 루타는 도시 영세민자녀들을 모아 환경과 자활교육을 시키는 일종의 청소년 환경교육장.

환경의식이 빈약한 도시 빈민층 청소년들에게 루타에서는 자원재활용법과 비료만드는 법에서부터 빈 도시공간에 채소가꾸는 법에 이르기까지 의식교육과 환경에 연계된 기술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도시의 변두리에서 부랑아나 비행아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심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민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환경교육은 광범위하게 실시된다.‘환경개방대학’도 이같은 교육시설 가운데 하나.

버려진 채석장에 폐전신주를 이용해 지어진 이 환경대학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환경보호 교육이 다양하게 실시된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환경보호교육뿐 아니라 환경여행가이드 교육코스 등을 개설, 환경교육을 통한 수익사업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쿠리치바〓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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