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린다웨이트/힐러리는 이혼해야 마땅하다?

입력 2000-10-17 18:53수정 2009-09-2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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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회의원 입후보자 또는 대통령 후보 중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혼 사유를 구구히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뉴욕주 상원의원에 입후보한 힐러리 클린턴은 요즈음 “왜 부정한 남편 빌 클린턴과 계속 살고 있느냐”는 유권자들의 의문에 답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 경쟁 상대인 공화당의 릭 라지오 후보와의 토론장에서도 이같은 질문은 되풀이되었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그같은 질문이 온갖 성향의 단체 정파로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만 열면 ‘혼인의 순결’이나 ‘결혼의 신성’을 주장하는 보수파들도 힐러리가 계속 클린턴과 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뉴욕 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클린턴과 힐러리의 결혼생활 지속을 ‘허위 속의 공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힐러리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결혼생활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클린턴 부부의 감정이나 결혼생활 내면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결혼에 만족하지는 못하면서 혼인생활을 지속하는 부부는 미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그들대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힐러리에게 “왜 이혼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런 질책은 또한 결혼생활에 대해 확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다른 기혼 남녀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부부가 평생 동안 서로 미치도록 사랑하며 산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이고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의 지속은 자신들에게는 물론 그들의 자녀들에게 엄청난 이익과 혜택을 가져다 준다. 이혼은 특히 여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재정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주며 자녀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이혼은 핵폭탄과 같은 처벌이나 다름없다. 만일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해왔고 특히 둘 사이에 자녀가 있는 여자가 이혼을 한다면 이는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자녀에 대해서도 똑같이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남편이 부정을 저질렀다 해도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현명한 여자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왜 우리 가족 모두가 고통의 형벌을 받아야 하는가.”

만일 이혼이 행복으로의 탈출이라면 그럴 수 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택한다. 그러나 시카고대가 조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이혼한 사람 중 단지 18%만이 “행복을 되찾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위스콘신대의 조사연구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사람 중 70%가 5년 후에는 “지금은 행복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이 불행으로 치닫고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사이다.

우리는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나 아내를 용서하는 배우자를 이해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인류사에서 전통에 빛나는 결혼생활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어떤 한 여성에게는 “왜 이혼하지 않느냐”고 힐난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http://www.nytimes.com/2000/10/12/opinion/12WAIT.html)

<린다 웨이트〓시카고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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