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연 인간]獨프라이부르크시 親환경정책

  • 입력 2000년 9월 18일 18시 38분


독일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20여만명의 대학도시 프라이부르크. 자전거로 20분이면 횡단이 가능한 소도시인 이곳은 화석연료사용 억제와 쓰레기 재활용 등 친환경 도시행정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곳의 주된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트롤리버스다.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번화가 베르톨트거리에 경찰차 이외의 차량은 출입이 안된다. 간선도로에는 논스톱 자전거도로가 마련돼 있고 이면도로는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 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돼 있어자전거가 오히려 더 빠른 수송수단이다. 물론 자동차 주차료도 계속 인상되는 추세.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배려 또한 각별하다. 중앙역 바로 옆의 고가도로인 ‘파란 다리’는 8년전 시가 철거하려던 낡은 다리였는데 시민들이 자전거전용 다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 다리 입구에는 대형 자전거대여소가 있어서 여행객도 싸게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어떤 건물이든 한쪽에는 자전거보관대가 설치돼 있고 양복입은 공무원이나 백발성성한 대학교수가 자전거를 모는 광경도 이곳에선 낯설지 않다.

프라이부르크의 유별난 환경사랑은 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대에 핵발전소 건설 움직임이 일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곳은 전 유럽이 자랑하는 삼림지대인 ‘슈바르츠발트’에 위치해 있어 일찌감치 환경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

전세계적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구스펠트 지부장은 “이때 유럽 각국이 트롤리버스 레일을 없애고 도로를 재포장하는 추세였지만 이곳은 반대로 레일을 유지하기로 선택했고 이는 매연없는 도시의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분트는 현재도 대형 토목공사의 환경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시에 제출하고 있으며 공무원도 환경운동가 출신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어 대화에 어려움이 없다고 구스펠트는 덧붙였다.

프라이부르크시의 폐기물정책도 독특하다. 가정집 앞에 놓인 쓰레기통은 모두 4개. 종이 음식 비닐 그리고 나머지 쓰레기를 따로 분리하고 병은 색깔별로 직접 반환한다. 공공 쓰레기통도 모두 병 종이 나머지로 구분된 3개의 구멍이 있다.

쓰레기 수거간격은 주민이 직접 선택한다. 뜸하게 수거할수록 비용이 싸기 때문에 자연히 쓰레기 양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른다.

또 각 지역별로 1년에 두서너 차례 ‘쓰레기의 날’을 지정해 집앞에 못쓰는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죽 늘어놓는다. 필요한 물품은 이웃들이 집어가고 남는 것은 시에서 수거하는 것. 시는 매년 ‘쓰레기 달력’을 배포해 재활용과 관련된 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외곽지역을 지나다보면 수시로 눈에 띄는 것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태양열 집열판이다. 공동주택 지붕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빌딩, 심지어는 자동주차요금기와 시계에도 집열판이 매달려 동력원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시는 태양에너지 활용에 역점을 두었고 90년대말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 태양열 이용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무이자 융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 주택은 태양열과 지열을 모아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고 있고 좀 더 적극적인 경우에는 태양열 발전기까지 갖추고 있다. 이 정도로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을70%가량 줄일 수 있다.

태양에너지협회의 카린 슈나이더 연구원은 “태양열 주택을 짓는데는 일반주택보다 10%정도 비용이 더 들지만 난방비가 덜 들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태양열발전도 화력이나 원전보다 5배 이상 비싸지만 폐기물 처리나 환경복구비용이 안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적 인센티브도 상당하다. 태양열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시에서 1㎾당 99페니히를 지불하면서 사준다. 일반 전기사용료는 1㎾당 22페니히에 불과하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2800만㎾의 태양열전기가 생산됐고 1만5000t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있었다. 99년12월 현재 태양열전기 사용자는 9000여가구로 전체의 8%에 달한다.

“2060년에는 대체에너지가 6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슈나이더의 자신에 찬 말은 에너지다소비 구조로 인해 극심한 고유가 타격을 입고 있는 우리에게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더욱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롤프 뵈메 獨프라이부르크시장▼

“가장 이상적인 환경정책은 에너지 절감입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핵시설 반대투쟁을 거치면서 이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정책이 무리없이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롤프 뵈메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시민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환경도시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풍족한 소비나 개발에 관한 욕심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것. 시정부는 주민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지속적인 계몽활동을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그는 말했다.

시는 이미 10년전에 ‘네가 와트(Nega―Watt·전기 감축)’를 모토로 절약형 전구 10만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홍보에 주력해왔다. 뵈메시장은 “정책도 정책이지만 시민의 호응은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구적 사고(global thinking)’가 환경도시 건설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하는 것처럼 생활에서 환경보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

“다른 도시에 갔다가 이곳 공항에 내리면 코끝부터 시원함을 느낍니다” 뵈메시장은 매연없는 도시에 사는 기쁨을 모두 느껴봐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프라이부르크〓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에너지절약형 유리벽 주택▼

“햇빛으로만 겨울에도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할 수 있어 경제적이죠. 게다가 유리로 둘러싸인 발코니에서 갖는 티타임도 분위기가 최고에요.”

에너지절약형 주택에 사는 주부 엘프리데 바더(57)는 집 자체의 환경적응력이 경이롭다고 말한다. 8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좁은 면적이지만 층층히 높게 지어 표면적을 넓히고 벽면의 대부분을 유리로 만들어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이 단순한 착상만으로도 연료비가 거의 안드는 주택을 만들었다.

탁자와 안락의자를 놓아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는 4평 남짓한 유리발코니는 데워진 공기를 담아두는 기능을 한다. 발코니와 거실 사이의 창문을 여닫으면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태양의 고도와 담쟁이 등 식물들의 생육도 온도조절에 중요한 요소다. 겨울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햇빛이 한층 직선에 가깝게 들어온다. 또 발코니를 감싸고 있는 식물들은 여름철에 울창하게 우거져 그늘을 만든다. 바더부인은 “식물의 가지치기만으로도 충분히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예상외로 싸다. 바더부인은 “유리를 많이 쓴다고 돈이 더 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땅값이 덜들어 저렴하다”고 말했다. 오밀조밀하게 7개의 방이 들어차 있어 하숙을 치는 그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

“프라이버시가 문제라고요? 천만에요. 오히려 행인과 인사를 나누는 일도 즐거운걸요.” 바더부인은 탁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프라이부르크〓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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