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창의 NGO이야기]NGO, 권력으로 발전할 것인가?

  • 입력 2000년 9월 14일 14시 01분


NGO, 권력의 옷을 입어야 하나?

네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NGO가 권력의 옷을 입어야 하는가입니다. 이 주제는 지난 3월 13일자 중앙일보에서 다루어 진 바 있습니다.

찬반 양론이 소개되었는 데 제가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제부터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꼭 필요합니다.

썰렁한 게시판을 두고 보시지 말고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지난해 연말 일간지 국제면에서 미국 시애틀의 시위현장 사진을 보신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 열리고 있던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NGO들에 의해 무산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연합의 김제남처장님 등이 다녀 오신 바 있습니다. 또 현재진행형인 낙선운동은 우리 정치권의 개혁이라는 힘든 과제에 시민단체들이 뛰어 든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도대체 NGO들의 발전은 그 끝이 어디일까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전 경실련 사무총장이었던 유재현박사는 경실련출범5주년 자료집에서 지금까지의 세상이 국가와 시장이 지배하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NGO가 그 한 축을 이루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시민권력이라고 부르거나 제5부라고 부르는 분도 있습니다.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NGO의 위상은 어디일까요? 국가권력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제3의 권력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될까요?

아니면 국가와 시장의 억압에 대항하는 도덕적 힘으로만 남아 있을까요?

이게 오늘의 주제이고 이번 주 여러분이 생각해 볼 주제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돕기 위해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다른 견해를 요약해 봅니다.

1.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견해

지금까지의 권력행사는 주로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지만 정당이 시민사회를 대표하지 못하고 대의제가 시민의 직접 참여를 억제하며 관료기구가 국민의 요구에 호응하지 못함으로써 NGO들이 등장하고 영향력이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NGO는 공공성의 확대라는 점에서 국가와 같은 임무를 지니고 있다.

NGO는 중앙정치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지역정치, 약화된 주권 기능을 대체 보완하는 초국가적 시민조직의 모습등으로 권력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행사를 여러 차원에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시민운동이 비록 간접적인 방법이기는 하나 권력의 행사과정에 개입하고 있고 그 자체가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지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이 한 국가의 정치제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민운동도 그같은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는 제역할을 할 수 없으며 시민단체의 권력화는 좁은 의미의 정치권력의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 향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모든 사회운동의 목표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통해 현실화하게 마련이다.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 하지만 강압적 힘의 주체로서 국가와 권력 현상은 사리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에 대한 제약을 가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이 여론에 대한 호소만으로 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국내 국제적인 법규범의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가 곧 정당이 되거나 이들 단체의 주요 구성원이 직업정치가되어 제도정치권에 진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시민단체는 제도 밖 정치를 통해 권력구조의 변화 개입하는 것이 가장 고유하고 일차적인 임무이기 하나 그렇다고 시민단체가 도덕 공동체로만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2.구승회 동국대 철학과 교수의 견해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과거처럼 혁명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가, 정당, 노조 대신 다양한 네트웍이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거대조직의 혁명적 이상은 자리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건강한 시민사회는 민주주의 확대에 필수적이다. 총선연대를 비롯한 정치NGO들은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대의정치 아래서는 어떤 운동도 권력화하게 마련이다.

대의정치가 개인의 사회적 평등성을 보증해 주는 제도라고 장담할 수 없는 데 시민들이 대리인을 민주적 선거로 뽑았다고 해서 대리인과 시민의 권력관계가 같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리인, 대표가 있는 사회에서는 어떤 의사결정도 권력에 의한 왜곡은 불가피하며, 거기에 저항하는 정치운동 역시 권력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선거철에 나타나는 급조정당, 철새정당만이 아니라 시민운동이 폭발하면서 급조된 정치NGO도 마찬가지다.

이는 지난날의 민주화투쟁의 관성 때문일 것으로 한국의 많은 NGO들은 국가권력과 대의제도 중심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20세기식 사회운동의 자세를 갖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환경단체들이 정치운동에 가담한 이유를 환경파괴, 생태계 위기는 인간과 자연의 문제의 아니라 권력의 문제며 왜곡된 정치가 바로잡혀야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NGO는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책무(의제)를 띤 한시적인 시민의 자발적 대표기구이며 그 힘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NGO가 정치권력화 한다면 낙천, 낙선운동 과정에서 보듯이 불필요한 음모론의 의혹시비만 불러 온다.

NGO는 기성 정치권력의 임무교대를 위한 절차일 뿐 제3권력이 될 수 없다. 한국NGO의 성공은 사회운동의 탈정치화, 전문화, 분업화에 달려 있다.

자, 어떻게 보셨나요?

김동춘교수는 권력의 의미를 정치권력이라는 의미로 좁게 해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구조화된 강압적 힘의 행사 주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반면에 구승회교수는 정치권력을 권력으로 이해하고 계신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여 두 의견을 보시고(좀 더 자세히 보실 분은 중앙일보 2000년 3월 13일자 19면을 보시면 됩니다.) 각자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보십시오.

과연 시민운동은 권력의 옷을 입어야 할까요?

하승창(함께하는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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