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아름다운 性' 우여곡절끝 29일 방송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SBS가 지상파 TV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성담론 프로그램 ‘토요스페셜-아름다운 성’(토 11·50)을 29일 우여곡절 끝에 내보낸다.

청소년들의 계도나 중년들의 비뇨기과적 고민에 대한 상담에 국한된 이제까지의 성 프로그램과는 달리, ‘…아름다운 성’은 20∼30대 ‘일상의 성’에 대한 고민과 대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것이 의도하에 기획됐다. 당초 22일 첫방송할 계획이었으나, 사내 심의과정에서 “남자들의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라며 일부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고, 27일 재심의를 거쳐 방송이 확정됐다. 화면에는 19세미만의 시청을 금지한다고 표시된다.

미리 본 1회분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진행자 박철의 도입 멘트가 무색하지 않게, 이제까지 방송된 지상파 TV 성 프로그램에서는 찾기 힘든 ‘까발림’의 연속이었다. ‘횟수의 진실’이라는 주제 하에서는 벤처기업 팀장,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션 영화 기획자 등 5명의 30대 직장 남성의 꽤 사적이고 은밀한 얘기들이 30대 직장 남성 100명의 여론 조사 결과와 맞물려 ‘일반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월 0.5회 VS 월 15회’라는 코너에서는 부부관계의 횟수에 영향을 미치는 ‘장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제작진은 ‘과로와 스트레스’ ‘시간 부족’ 등의 일반적 이유 외에 ‘아내가 싫어서’ 등 상대적으로 매우 민감한 항목도 끄짚어냈다. 또 이들의 대화를 담은 화면을 30대 유부녀들에게 보여준 후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전달방식은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비껴가기 위한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1시간 동안의 프로그램 내내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여체 사진 등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1회만 볼 때 방송 연기의 이유로 지적됐던 선정성은 프로그램 내 장치로 상당부분 제어될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의 고민은 1회에 출연했던 5명의 30대 직장 남성 수준으로, 은밀한 성 이야기를 세련된 ‘방송용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출연진을 매주 꾸준히 충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연출자 박정훈PD는 “1회 출연진을 섭외하려고 40일 넘게 온갖 인맥을 동원했다”고 토로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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