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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만화가 황미나『도서관에 만화비치 기뻐』

입력 1999-04-15 19:46업데이트 2009-09-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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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정만화계의 대모’ 황미나(38). 80년 열아홉 순정의 나이에 데뷔한 이래 19년간 정상을 지키며 독자들을 울리고 웃겨온 그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그의 만화와 함께 나이를 먹어온 20, 30대 주독자층뿐 아니라 10대에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레드문’이 최근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됐다. 문화관광부가 공공도서관에 비치하기 위해 고른 ‘오늘의…’는 정부가 상업적인 만화의 작품성을 인정한 첫 사례.

여기다 KBS 2TV가 19일부터 그의 ‘우리는 길잃은 작은새를 보았다’를 원작으로 한 같은 이름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방영한다.

―무슨 생각이 드나.

“음지에서 천대받던 만화가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돼 고마울 따름이다”

그의 미소뒤에 얼핏 복잡한 표정이 스친다.문화부가 뽑은 ‘레드문’도 불과 5년전에는 당시 문화체육부가 후원했던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단으로부터 ‘선정적’이라고 지적당했던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정상의 작가인데도 ‘천대’받은 경험이 있는가.

“수없이 많다. ‘레드문’단행본을 낼 때 사전심의를 하던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왠지 모르겠지만 일본만화를 베낀 것같다’는 황당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전심의가 없는 요즘은 어떤가.

“독자에게 보이기도 전에 왜곡당할 때의 참담함은 덜하다. 그러나 신설된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유해매체로 규정된 만화를 청소년에게 판매하면 마약을 판매했을 때와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 만화를 마약과 같이 취급하다니….”

―순정만화가 소녀들에게 환상만 유포할 뿐이라는데.

“순정만화를 ‘예쁜 남녀의 멋진 사랑이야기’로 정의한다면 난 순정만화 작가가 아니다. 상업적인 순정의 테마도 많이 다루긴 했지만 다양한 주제와 우리의 현실이 담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다작과 장수의 비결은 뭔가.

“만화를 그리고 쓰는걸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후배만화가가 ‘선생님은 변태야’할 정도로 만화를 그리면서 혼자 부들부들 떨고 웃고 울고 그런다.”

―일본만화 개방으로 달라진 게 있다면.

“거의 변화를 못느낀다.이미 다 들어와 있지 않은가. 국산만화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만화는 저급하다는 인식이 바뀌는 게 시급하다. 또 판매보다 대여위주인 유통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좋은 만화가 나오기 어렵다. 창작 지원을 위한 만화진흥특별법 제정도 만화가들의 숙원이다.”

일본만화 단행본의 연간 판매부수는 21억7천4백여만권(97년도 통계). 국내만화 단행본 연간 판매부수(2천3백여만권)의 1백배가 넘는다. ‘레드문’도 단행본 판매부수는 현재까지 권당 3만여권에 불과하다.

―‘저급’하다고 인식하게 된 데에는 만화가들이 일본만화를 표절한 탓도 큰데….

“인정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 말을 할 때 재채기를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일본식 장치다. 우리는 그럴 때 귀가 간지럽다고 하잖는가. 그러나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표현까지 ‘모방’이라고 매도할 땐 난감하다.”

―만화적 재미와 선정성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선정성은 전체 작품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무조건 만화는 애들 것이라고 전제하고 바라보는 게 문제다.”

―앞으로는.

“한많은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발표할 지면이 없다. 주로 잡지 연재로 시작하는데 판매 때문에 다양한 소재의 접근이 어렵다. 주제에 집착하지 않고 당분간 날라리로 살아 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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