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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작가]설치작가 장남용,자아추구 「맨발 예술혼」

입력 1997-09-29 08:02업데이트 2009-09-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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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공사장에서 막 돌아온 아버지의 발은 얼어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년은 충격을 받았다. 분노 슬픔 연민…. 그속에서 일찍부터 시작된 가슴앓이는 깊고 험한 인생여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설치작가 장남용씨(35)의 작품에는 「발(족)」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지난 7월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미술 부드러움 바람」전에서 허공에 매달린 발들을 선보였다. 흰 광목에 줄줄이 매달린 종이 발들은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릴듯 술렁였다. 『광목은 시체를 감싸는데 쓰이죠. 발들은 어디론가 가야함을 나타냅니다. 산다는 것은 죽어가는 과정인데 그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헤매며 무언가를 찾아나서죠』 작품제목 「술래」는 이같은 느낌을 담았다. 94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젊은 모색전」에 출품, 그곳에 소장된 작품 「삶―개척」은 지게위에 쌀부대가 잔뜩 올려진 모습. 검은 색 지게 다리끝에는 애처롭게 벌거벗은 인간의 발이 달려있다. 『발은 처절하게 삶을 지탱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충남 천안시 성성동 그의 집에는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려는 듯한 발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모두 종이를 이용해 자신의 발에서 떠낸 것이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그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UNE SCO)가 주최한 93년 프랑스 종이 리사이클링 미술전 특별상, 94년 한국종이미술공모전 금상을 차지했다. 대학시절부터 일관되게 종이작업을 해온 그는 『섬유질의 원초적인 형태를 지닌 종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재료』라고 말한다. 평론가 장동광씨는 그의 작품에 대해 『아버지의 발―삶에 대한 시지프스적 번민―진실한 자아모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한다. 시간강사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아직도 막일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최근 『환경에서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며 미술을 그만두려 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천형처럼 미술로 돌아온 그는 이제 어떤 경우든 고난을 극복하는 삶이 지닌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그의 작업노트에는 『인간의 삶 그 자체는 가장 위대한 예술적 표현』이라고 적혀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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