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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규정」헌법불일치 결정해설]「우생학 문제」없다

입력 1997-07-16 20:43업데이트 2009-09-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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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6일 민법의 동성동본 혼인금지 규정은 사실상 위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조선시대 이후 6백년 이상 지속돼온 혼인관습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유림측과 여성단체는 지난 58년 민법이 시행된 이후 39년동안 이 조항의 존폐여부를 둘러싸고 줄기차게 논란을 벌여왔으나 이날 헌재 결정으로 여성단체가 일방적으로 승리한 셈이다. 헌재는 이날 『동성동본 금혼제가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 유지라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시, 여성단체들의 주장을 100% 받아들였다. 이에 반해 동성동본 금혼제가 보편적 윤리 또는 도덕관념으로 동성동본의 결혼을 허용할 경우 우생학이나 유전적인 해가 있을 것이라는 유림측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축했다. 헌재가 이처럼 「명백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이 조항이 사회환경의 변화로 사실상 사문화(死文化)직전에 놓인데다 많은 동성동본 부부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성동본의 혼인은 매년 수천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동성동본 혼인자중 혼인신고를 마치지 못한 사람도 많게는 20만여쌍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자녀를 정상적인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출생신고하지 못하고 또 의료보험 등 여러가지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또 현재 동성동본인 성(姓)이 지난 85년 통계상 △김해김씨 3백89만여명 △밀양박씨 2백70만여명 △전주 이씨 2백37만여명 △경주김씨 1백50만여명 △경주이씨 1백22만여명으로 1백만명 이상의 동성동본만 무려 5개나 된다는 현실도 상당히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는 결정문에서 이 조항이 없더라도 부계와 모계의 최소한 8촌이내의 혈족이거나 혈족이었던 자 및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 사이의 혼인은 이를 모두 무효로 하거나 금지하고 있으므로 우생학적으로 문제되는 근친혼의 범위는 모두 넘어섰다고 밝혔다. 근친혼 금지조항을 「안전판」으로 삼아 동성동본 혼인허용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르는 우려를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유림측의 주장을 모두 일축함으로써 이 조항의 개정과정에서 유림측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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