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구가 떠오른다/현장에서]곳곳에 드리운 경제 그늘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부쿠레슈티·소피아〓김상영특파원] 『과거에는 2%정도의 가난한 사람만 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활수준이 똑같았습니다. 지금은 48%의 부자와 52%의 가난한 사람으로 나라가 갈라졌어요. 우리집은 52%에 속해요』(루마니아의 알리나 버디체스쿠·23) 『89년까지는 90%가 자신이 중간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70% 정도가 자신을 하류층이라고 믿고 있어요』(불가리아의 클라시미르 사보프·34)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편입은 모든 중동구 국가 사람들에게 풍요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한 새로운 재력가도 등장한 반면 「그래도 옛날에는…」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다. 공통점이라면 변화의 불가피성만큼은 인정한다는 것.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 당장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지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좋은 일자리는 적고 범죄는 증가하고 있거든요』(불가리아의 요르단카 디미트로바·38·여·회사원) 체제전환의 왕도(王道)가 따로 없으니 여러나라가 시행착오를 거친다. 전환초기 물자부족과 물가자유화 조치에 따른 물가상승도 그중 하나. 중동구와 CIS의 체제전환국 25개국 가운데 지난 91년 이후 세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경험하지 않은 「물가우등생」은 체코등 4개국뿐. 93년의 아르메니아 우크라이나는 10,000% 이상의 물가상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물가문제가 마무리된건 아니다. 전력 및 가스회사까지 독일 이탈리아계 회사에 넘긴 헝가리에선 「물가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억제」는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올 연초에 △전기요금 25% △도시가스 19% △중앙공급식 난방비가 22%가 각각 올랐다. 이 여파로 부다페스트의 대중교통요금도 25% 올랐으며 교과서값 인상이 예고돼 있고 기타 생필품 값도 덩달아 오를 조짐이다. 의약품값도 올들어 이미 12% 올랐다.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범죄는 증가일로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기업형 차량절도가 유럽에서 가장 심각하다. 길에 차를 세워두는 것은 「절도범들에게 차를 거저 주는거나 마찬가지」고 차량절도는 「유럽 최고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범죄사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불가리아에선 마피아가 막강하다. 사회당의 유력자 니콜라이 도브레프는 내무부장관이던 지난해말 기자회견을 자청, 『96년9월말까지 21개월간 계획적인 살인사건 7백44건, 자동차도난사건 4천3백91건이 발생했으며 극히 일부만을 공권력이 해결했다』고 토로했다. 장관이 이처럼 창피한 수치를 공개한 것은 범죄의 심각성 때문. 『범죄집단은 내각에까지 뿌리를 내렸지만 우리는 그 실체에 거의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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