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 사랑 스포츠’]세계적인 축구클럽 유벤투스의 6년 구애를 뿌리친 한국선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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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7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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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순호.   동아일보DB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순호. 동아일보DB
축구에 관한한 남미의 브라질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이 유럽의 이탈리아다.

이런 이탈리아의 프로축구 세리에 A(1부 리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현재 20개 팀이 속해 있는 세리에 A. 이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팀이 유벤투스다.

114년 역사의 유벤투스는 지금까지 세리에 A에서 27회나 정상에 오른 최다 우승팀이며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2회,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3회 우승한 전통의 명문 팀이다.

검고 흰 줄의 유벤투스 유니폼이야말로 최고의 선수라는 상징이다.

하지만 이런 유벤투스 구단이 6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따라 다니며 '구애'를 했지만 스카우트하지 못한 선수가 있으니….

최순호(49) 전 강원 FC 감독이 바로 그다.

198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탈리아전에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이 이탈리아를 4-1로 꺾는데 선봉장을 맡았던 최순호.

유벤투스 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이런 최순호에게 완전히 빠졌다. 유벤투스 구단 수뇌진까지 나서서 최순호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최순호(왼쪽에서 두번째).  동아일보DB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최순호(왼쪽에서 두번째). 동아일보DB

이들은 최순호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4개국 초청대회가 열리는 멕시코에 나타나기도 했고, 멕시코 월드컵이 열린 1986년까지 최순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벤투스 구단은 '최순호야말로 축구가 무엇인지 알고 플레이 하는 선수'로 평가하며 영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영국의 축구 칼럼니스트인 랍 휴즈 씨는 "유벤투스가 스카우트 의사를 밝히고 6년이나 따라 다녔는데도 변변한 협상 한번해보지 못한 경우는 전 세계에서 최순호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순호의 유벤투스 행이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당시 한국 축구계가 세계 축구 사정에 무지했기 때문. 국내 축구계 관계자들은 최순호의 유벤투스 행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외 진출을 뜯어말렸다.

유벤투스 스카우트 담당자들의 눈은 정확했다. 필자는 축구기자로 1980년대 후반부터 봐온 선수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공격수를 꼽으라면 단연 "최순호"라고 말할 수 있다.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최순호는 체격과 테크닉, 운동능력의 3박자를 고르게 갖췄다. 185㎝의 장신이지만 유연한 몸을 갖고 있어 땅볼과 공중볼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지난 6일 강원 FC 선수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최순호(오른쪽).  연합뉴스
지난 6일 강원 FC 선수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최순호(오른쪽). 연합뉴스

볼 터치가 부드러웠고, 긴 다리로 툭툭 치는 드리블은 일품이었으며, 슈팅은 강하고 정확했다. 특히 시야가 넓어 상대의 허를 치르는 패싱력도 뛰어났다.

1980년부터 12년 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1986년 멕시코월드컵,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했고, A매치 95경기에서 30골을 넣었다.

최순호는 은퇴한 뒤 1992년 포항제철 코치를 시작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현대 미포조선 감독을 거쳐 2009년 강원 FC 사령탑에 올랐다.

지도자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지난 6일 강원 FC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올 시즌 들어 정규리그 4전 전패, 무득점이라는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하지만 '져도 내용을 중시하는 축구', '파울을 안 하는 축구'를 추구해 '이상축구', '낭만축구'라는 별칭이 붙은 전술을 구사했던 최순호의 퇴장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다.

'한국축구 사상 가장 완벽한 공격수'로 꼽히는 최순호. 그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제2의 최순호'를 줄줄이 조련해내고, 그의 '낭만축구'를 완성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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