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문화유산은 돈이다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52분


오늘은 체코 프라하에서 쓰는 톡톡 스크린입니다. ^^;

한석규와 고소영이 주연하는 영화 ‘이중간첩’의 도입부는 80년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촬영은 프라하에서 하고 있답니다. 프라하 구(舊) 시가지에서 15분쯤 떨어진 홀레쇼비체라는 곳이지요.

베를린 장면을 독일 대신 체코에서 찍는 이유는 프라하가 ‘베를린보다 더 베를린 같기 때문’이죠. 베를린이 통일 후 과거 모습을 찾기 힘들만큼 변한 것과는 달리 프라하의 홀레쇼비체 지역은 ‘리틀 베를린’이라고 불릴 만큼 80년대 베를린 분위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네요.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 게임’ 기억나시죠? 올 초 개봉됐던 ‘스파이 게임’ 역시 냉전시대 베를린이 배경이었는데요, ‘이중간첩’과 같은 이유로 이 영화도 이곳 프라하의 홀레쇼비체에서 촬영했지요.

꼭 베를린이 배경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프라하는 적극적인 시의 촬영 지원정책과 어디에 카메라를 갖다대도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 촬영지로 떠오르고 있지요. ‘미션 임파서블’이나 ‘트리플 X’, ‘본 아이덴티티’등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같은 배경도 모두 프라하랍니다.

프라하의 상당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인데요, 심지어 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합니다. 단, 세계적인 문화재 거리에서 영화를 찍는 만큼 촬영비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 로케이션 헌팅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프라하에서 가장 비싼 촬영지는 불타바강에 놓여진 카를 다리라고 하더군요. 14세기 지어진 카를 다리는 프라하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명물이자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죠. 이 카를 다리에서 촬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 당 1만 코루나(약 40만원)이랍니다. 다리 전체를 빌려 촬영한다고 하면 한시간에 약 2000만원, 하루(8시간 기준)에 1억6000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엄청나죠? 프라하 시 입장에서는 카를 다리를 촬영에 빌려주는 대가로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광 홍보도 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는 셈이지요.

음. 문화 유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런 구호라도 외쳐야 할 것 같네요. 잘 지은 다리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

(체코 프라하에서)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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