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광복절 특사' 감독은 수재민?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08분


올 여름은 정말 유난히 비가 많이 오죠?

충무로에서도 비 때문에 피해를 입은 ‘수재민’(?)이 있더군요. 바로 전주에서 촬영중인(정확히 말하자면, 촬영중이어야 할) ‘광복절 특사’의 제작팀이죠. 이 영화는 햇볕 쨍쨍한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7월과 8월 두 달 가까이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촬영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광복절 특사’ 스태프들의 주요 일과는 날씨 체크랍니다. 심지어 위성 구름 사진까지 챙기고 있다네요. 이제나 저제나 하며 하늘만 원망하던 김상진 감독은 이번 주말 전국적으로 또다시 비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한숨만 쉬고 있답니다.

개천절 연휴에 ‘여유있게’ 개봉한다던 생각은 이미 물건너 갔고, 11월 초에야 개봉이 가능할 것 같더군요.

촬영이 3, 4주 정도 늦어지는게 뭐 그리 대수냐고요? 제작팀 입장에서는 폭우가 아니라 가랑비 때문에 촬영을 못해도 말 그대로 ‘천재지변’입니다. 촬영 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니까요. 지방에 출장간 수많은 스태프들의 세 끼 식비부터 숙박비, 각종 장비 임대료, 여기에 엑스트라의 일당까지….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전주 세트장에 내려가 있는 ‘광복절 특사’팀의 경우 촬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매일 추가로 드는 비용이 500만∼600만원이라죠. 이렇게 따지면 순전히 비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제작비만 1억원이 넘는 셈입니다.

‘비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1년중 가장 관객이 적은 달이 11월이지요. 당연히 10월 3일 개천절 공휴일에 개봉하는 것과 11월에 개봉하는 것은 극장 수입도 큰 차이가 납니다. 더구나 올해 개천절은 목요일이라서 극장가에서는 금, 토,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대목’으로 보던데요.

하지만 세상사는 우는 자 있으면 웃는 자가 있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하나 봅니다.

‘광복절 특사’ 덕분에 얼떨결에 ‘어부지리’를 보는 영화도 있으니까요. 배급사측은 ‘광복절 특사’ 대신 배급할 ‘대타’를 찾고 있더군요. 등급 심의를 일찌감치 끝내 언제든지 ‘등판’이 가능한 외화 ‘몬스터즈 볼’이나 ‘케이트와 레오폴트’가 연휴 대목에 상영될 유력한 후보라네요. 음. 새삼 깨닫는 인생 교훈 하나. ‘준비된’ 자에게 행운 있으라! ^^;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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