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한벌 500만원 '대통령의 양복'

  • 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46분


수습기자 시절, 어느 선배 기자가 제게 이런 말을 들려주더군요.

“기자는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기자보다 더 멋진 직업은 배우같습니다.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모두 ‘될’ 수 있으니까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안성기씨죠. 기억나세요? 안성기씨는 ‘고래사냥’(1984년)에서 거지로 나왔었지요.

그런데 현재 촬영중인 코믹 멜로 영화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에서는 대통령이 됐더군요. 그것도 고교생인 외동딸의 담임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는 매력적인 40대의 젊은 대통령이요.

덕분에 요즘 안성기씨는 대통령의 ‘맛’에 푹 빠져있는 모양입니다. 열명도 넘는 경호원들이 수행하고,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다니고, 호텔 연회장 크기의 집무실도 생겼고….

무엇보다도 안성기씨의 의상이 화제더군요. 안성기씨가 이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양복은 모두 3벌입니다. 이 옷은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L브랜드 양복이라는군요. 그런데 한 벌당 500만원이라고 하니, 양복 값만 1500만원이 들어간 셈이죠.

드레스 셔츠도 15벌이 등장하는데요, 이 셔츠 역시 한 벌 당 100만원이랍니다. ‘대통령 의상비’만 3000만원인 셈이죠. 물론 이 의상은 실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모 의류업체에서 협찬했지요. 고가의 협찬 제품은 촬영이 끝난 뒤 돌려주기도 하는데요, 이 업체의 사장이 안성기씨 열렬한 팬이라서 대부분 의상은 안성기씨에게 그냥 드릴 거라네요.

그런데 영화속 대통령의 얘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진짜’ 대통령도 과연 열렬한 ‘팬’으로부터 양복을 ‘협찬’ 받는지, 양복은 어느 브랜드를 입는지, 그 양복은 얼마짜리인지, 뭐 그런 것들이요.

알아보니 이에 대한 청와대측의 답변은 “협찬은 절대 받지 않으며 서울 시내 모 양복점에서 맞춰서 입으신다”였습니다. 그 양복점에 전화해보니 “대통령은 100만원대 국산 양복을 입으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청와대측에서 대통령의 양복점 이름을 얘기해주면서 “양복점 상호를 밝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더군요. 음. 행여 그 양복점 이름이 알려지면 누군가 그곳에서 옷을 사서 ‘옷로비’를 할까봐 그랬던 걸까요? ^^;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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