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줌인] 성우 송도순의 중소기업 예찬론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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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차 한 인터넷 방송국에 들렀다가 우연히 성우 송도순씨(52)와 점심을 먹게 됐다. 사실 송씨같은 중견 연기자를 만나면 기자로서 늘 미안하다. 그들보다 젊고 튀는 연예인들에게 기사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근황을 물었더니 송씨는 뜻밖에 홈쇼핑 채널의 공적 가치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홈쇼핑 채널이 판로가 막힌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을 알리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케이블 LG홈쇼핑의 ‘송도순의 똑소리 살림법’을 2년반 넘게 진행하고 있다. 주위에서 “물건 팔러 가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그는 막상 중소기업 제품을 대하면 그 정성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특제 불고기판을 고안하느라 손톱이 다닳은 사장을 봤을 때, 직원과 사장의 부인까지 나와 제품의 구석구석을 설명할 때, 감동이 밀려와요.”

송씨는 제품을 집에서 직접 써본 뒤 ‘실감’나게 안내했고 프로에서도 원적외선 옥돌매트, 만능녹즙기 등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진행했다. 송씨의 열정 덕분에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씩 방영되는 이 프로는 다른 프로보다 60∼70% 높은 평균 3∼4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송씨는 앞으로 기회만 있으면 방송 현장에서 체감한 ‘중소기업 예찬론’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일류가 될 만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이 사장되는 실정을 보면 손수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다는 것이다.

송씨의 현장 이야기를 듣고 방송위원회가 28일 사업자 신청을 마감할 홈쇼핑 채널 3개의 향배가 궁금했다. 기존의 LG홈쇼핑이나 CJ39쇼핑이 중소기업 전문채널이 아닌데다 신규 사업권을 둘러싸고 20여개의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협조합중앙회나 재래시장홈쇼핑설립위원회가 참가하나 삼성 현대 금호 등 대기업이 방송을 통해 유통사업을 확대하려는 야심도 만만찮다.

방송위원회는 공적 책임 등 네가지 평가 기준을 제시했으나 재정능력이나 경영계획의 적정성은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이에따라 대기업이 2개 이상을 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방송위원회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홈쇼핑 사업자를 결정하겠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창의성을 지켜줄 홈쇼핑 채널이나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는 송도순씨의 제언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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