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의 TV읽기]어설픈 공익광고 흉내에 쓴웃음만

  • 입력 2001년 2월 5일 19시 03분


2년여동안 장수해 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KBS2, 오후 6시 10분)에 또 한가지 흥미로운 코너가 등장했다. 국민의식 전환을 위해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해 캠페인성 광고를 만들겠다는 ‘스탠바이 큐’ 코너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5차례 결쳐 만들어진 공익광고는 소방서, 지하철, 아이스링크, 한국의 집, 호텔에서 시민들이 지켜야 할 공중도덕과 세계 속의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줄 내용들을 담았다.

그러나 국민의식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듯 공익광고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99초안에 9번의 단계들을 출연진이 단 한번의 NG없이 소화해내야 성공할 수 있는 이 광고제작은 예상대로 곳곳에 흥미있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99초 광고대작’, ‘무한책임’을 보장한다는 사명아래 출연진들은 한편의 공익광고를 완성하기 위해 넘어지고 쓰러지고 때로는 사경을 헤맨다.

출연진은 평균 30회 이상의 어려운 반복과정을 통해 마침내 광고제작에 성공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그들이 펼치는 갖가지 해프닝과 엽기적이고 한심한 놀이에 빠져 그나마 있던 공익정신마저 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첫방송이 나간 소방서편에서 강병규는 수십차례 우유를 마셔야하는 곤욕을 치러야했다. 이어 지하철편, 아이스링크편, 한국의 집편에서는 출연자들이 자판기 커피, 식혜, 겨자든 떡을 수십차례 먹어야했다. 4일 방영된 호텔편에서는 통아저씨가 트렁크안에 들어가 있다가 나오는 엽기적인 행동을 수십차례 반복했다.

이 코너는 형식적으로는 공익광고를 만드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공익적 의미와는 무관한 엽기적이고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선정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좋지 않은 결과만을 낳았다. 이는 연예인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들과 다를 바 없다.

코너 후반부에 갈수록 오직 광고제작의 성공을 위해 애초에 약속했던 조건들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면도 발견된다. 수많은 NG 끝에 광고제작에 성공한 출연진들에게 공포와 연민의 감정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설픈 국민의식을 고취하려는 공익정신 없는 공익광고는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을 듯 싶다.

<문화평론가>

sangyeun@hitel.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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