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유진 “강원도 사투리, 영어보다 어렵드래요”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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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요, 내 쪼매 보래요. 나 봉순이래요.”

양 갈래로 묶은 머리, 헐렁한 몸뻬바지에 늘어진 스웨터까지 유진(사진)은 강원도 처녀 여봉순이 되자고 작정을 했다. MBC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배유미 극본, 김진만 연출)의 여주인공 이야기다.》

○ 입만 열면 구수한 사투리 인기

서울깍쟁이 여배우가 부러 촌티 내며 망가지는 거야 같은 방송사의 월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복실이 정려원이 먼저 시도했다. 하지만 봉순이는 복실이와 다르다. 입만 열면 내뱉는 토속적인 강원도 사투리 때문이다.

봉순의 말마따나 ‘즌화(전화) 쓸라믄 쩌어 아래 마을 모티이(모퉁이)까지 내리가야 되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강원도 첩첩산중 굴피집이 봉순이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곳.

봉순이는 새참 먹으러 오라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여보래요. 마카(모두) 내 말 안들래요? 해꿈머리 다 빠졌는데(해가 거의 졌는데) 고만들 하고, 감재옹심이(감자옹심이·감자 수제비) 마카 뿔궈(불어) 터져 맛 버려요.”

마음에 안 맞는 총각과 실랑이라도 벌어지면 “하마 생겨 처먹기를 쌍통 드룹게 보이잖니. 입정머리부텀 정내미 떨어지는기…” 하고 상욕을 해댄다.

산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꽃미남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하는 능청스러운 봉순이.

“씨이, 츰인데(처음인데) 츰 하는 뽀뽈 이런 신원미상 반송장하고, 으이씨….”

드라마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강원도 사투리 그대로다” “아니다”부터 “자막을 넣어 달라”까지 온통 봉순이의 사투리 이야기다. ‘여봉순의 생활 사투리’ 코너에는 봉순이가 사투리를 구사하는 동영상을 따로 보여주고 옆에는 표준말로 해석까지 달아놓았다. 봉순이 아니라 강원도 사투리가 주인공 같다.

“사투리가 영어보다 더 어려워요. 대본 받으면 먼저 해석하고, 강원도 토박이 발음으로 녹음한 테이프 따라 듣고, 그리고 외우려니 다른 드라마보다 두 배 세 배 시간이 더 걸리죠.”

○ “현대판 장금이 기대하세요”

고혹적인 옷차림에 세련된 춤동작으로 ‘폭풍의 언덕’ ‘윈디’를 부르던 유진. 드라마에서는 구성지게 정선아리랑 한 자락을 뽑아 올린다.

“개구리란 놈이 뛰는 것은 멀리 가자는 뜻이요, 이내 몸이 웃는 뜻은 정들자는 뜻일세.”

할머니를 여의고 상경한 봉순이는 곧 청와대 식당 보조로 시작해 대통령 사저의 요리사로 변신하게 된다.

봉순을 흠모하는 상대역은 대통령의 아들 장준원(류진)과 경호원 남봉기(이민기). 사투리만 쓴다뿐이지 현대판 장금이요 신데렐라이다.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봉순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다. 드라마 초반부터 봉순이가 예사 봉순이가 아니라는 복선이 짙게 깔렸다.

할머니가 죽으면서 “나는 친할머니가 아니다”라는 유언을 남겼으며 대통령(최불암)이 젊은 시절 어린 봉순이와 찍은 사진도 잠깐 비췄다.

“그럼 봉순이가 대통령의 딸이냐”고 물었더니 유진, 아니 봉순이가 대뜨방(대뜸) 내지르는 말.

“마카 알고 보믄 무슨 재미로 본대요.”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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