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스필버그 감독의 ‘뮌헨’ 주연 에릭 바나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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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은 딱 이 배우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에릭 바나(38).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신작 ‘뮌헨’(2월 9일 국내 개봉)의 주인공 ‘아브너’ 역을 대번에 낙점 받아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이 호주 출신 배우는 얼굴에서 풍겨나는 것처럼 ‘진짜로’ 진지하고 심각했다. 영화 ‘트로이’에서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아킬레스(브래드 피트)와의 대결에 용감히 나서는 ‘헥토르 왕자’를 맡아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던 에릭 바나. 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트로이’에서도, ‘헐크’에서도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매력적인 인물을 거듭해 맡는 이유를 물었다.

○ 가족 중시 성격 진지한 역할 맞아

“내가 원래 어떤 상황에 몰려서 용감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는 실제로는 평범한 가장처럼 가족(아내와 두 자녀)에 집착하고 신경 쓴다. 나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아버지와 독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마 가족을 중시하는 유럽 스타일의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대답은 기대만큼 재미있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과장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답하는 말투는 할리우드의 ‘돈’ 냄새가 훨씬 덜 나서 신선했다.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오늘날에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스토리의 인물들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내가 연기한 인물은 진지하고 드라마틱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코미디도 나쁘지 않지만, 코미디는 초콜릿 같다. 손에 들고 있을 때는 신이 나지만 먹고 나서 10분만 지나면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지 않는가(웃음).”

그에게 이번엔 “스필버그가 왜 당신을 선택했는지 혹시 그에게 물어보았느냐?”고 물었다. 농담 솜씨 없는 그가 유일하게 농담을 했다. “아니다. 스필버그가 마음을 바꿀까봐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다(웃음).”

유대인인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 ‘뮌헨’을 만들고 나서 과거 ‘쉰들러 리스트’에 대해 유대인들이 보여 줬던 뜨거운 지지와는 정반대의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에서 ‘검은 9월단’ 배후에 있는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암살하는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 아브너는 많은 유대인의 ‘기대’와 달리 자신의 보복행위를 두고 깊은 죄의식과 마음의 갈등에 빠져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유대 문화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나는 운 좋게도 호주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나의 ‘안전’을 염려해 보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곳(중동)에서 자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상상할 수 없지만 말이다.”

○ 호주 배우 성공 비결은 ‘신인 이미지’

또래인 호주 출신 배우 나오미 와츠(38·‘킹콩’ 주연)와 니콜 키드먼(39)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호주 출신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잇따라 성공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고향인 호주에서 상당한 연기경력을 쌓았지만 이곳 할리우드에서는 마치 ‘새로운 얼굴’로 받아들여지는 게 강점인 것 같다. 실제 연기력은 신인이 아니지만 이미지는 신인인 것 말이다.”

그에게 “호주 출신 배우들은 모두 젠틀(점잖은)한 것 같다. (잦은 폭행사건에 휘말리는) 러셀 크로만 빼고”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그답게 고지식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그를 못 만나 보아서 모르겠다.”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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