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한알Tech] <3>디지털카메라의 심장, 이미지센서 해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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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문과 출신들은 한 번쯤 공부해 보고 싶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 분야로 ‘Tech’를 손꼽는다. 관련 서적을 읽으면 “왠지 글이 그림처럼 보일 것 같다”고 공포를 느끼는 문과 출신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비슷한 처지인 김 기자가 용기 내어 직접 공부해 풀어쓰는 ‘Tech 입문서’를 연재한다. 알면 실생활에 유용한 여러 기술(기기)의 작동 원리, 활용법, 전망 등을 문과 취향으로 정리한다.》

디지털카메라(디카)가 보는 세상은 이미지센서가 창조한다.

이미지센서가 눈이라면 망막, 필름카메라라면 필름에 해당한다. 렌즈로 수집한 빛이 상(像)으로 맺히고 이를 전기 신호(전기세기, 전압 등)로 전환하는 장치다. 이미지를 담아내는 핵심 기술이란 의미에서 “영혼이 깃든 카메라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빛은 어떻게 디스플레이로 전환되나.”

이번 화에서 다룰 내용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JPG 등의 형태로 마주하는 수많은 이미지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참고1. 이미지센서의 모습.
참고1. 이미지센서의 모습.
○ 이미지센서 해부도

이미지센서는 수없이 많은 화소(Pixel)로 이뤄져 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각각의 화소에 닿으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고 전기의 세기나 전압 등의 전기 신호가 만들어진다.

“미스터 R. 화학적 반응이란 게 뭐야?”

“그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반도체를 공부해야해.”

“이미지센서의 소재가 반도체야?”

“핵심 소재인 건 맞는데 반도체가 전부는 아니야. 우선 김 기자. 반도체가 뭐지?”

“평상시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데 어떤 특수한 상황에선 전기가 흐르는…?”

“거기서 특수한 상황을 ‘열이나 빛, 전압, 전류 등에 노출됐을 때’로 바꾸면 얼추 맞는 정의지.”

“그러면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빛이 이미지센서에 닿으면 전기가 흐르겠네?”

“맞아. 그게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는 거야.”

“전기가 통하는 게 어떻게 ‘0101’이 된다는 소리야?”

“김 기자가 이해하는 디지털 세상은 무조건 0101이구나.”

“(씩씩거리며)….”

“그걸 이해하려면 이미지센서를 좀 더 세부적으로 해부해봐야 해.”

미스터 R은 이미지센서의 해부도를 크게 반도체와 컬러필터로 구성된 ‘포토다이오드’와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각종 회로로 나누어 설명했다. 수식으로 표현한다면 ‘이미지센서=화소 단위의 포토다이오드 총합+각종 회로+알파(α¤기타)’이다.

여기서 화소란, 1개의 화소가 포토다이오드 1개를 뜻하는 ‘단위 개념’이다. 그 크기는 보통 3500만 화소일 때 5.6마이크로미터(㎛)다. jpg 등으로 된 이미지파일을 열어 계속 확대해보면 무수히 많은 사각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화소다.


참고2. 포토다이오드의 구성 및 빛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원리.
참고2. 포토다이오드의 구성 및 빛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원리.

“우선 포토다이오드는 ‘P-N 접합 반도체’로 만들어져 있어.”

“P-N 접합 반도체? P는 뭐고 N은 뭐야?”

“빛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데 필요한 특수한 반도체라고 생각하면 돼. P형 반도체(전자가 하나 모자란)와 N형 반도체(전자가 많은)를 하나로 이어 붙여서 만든 거지.”

“아까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반도체에 닿으면 전기가 흐른다고 말한 게 이거였구나.”

“응. 빛이 여기에 닿으면 ‘광전효과(물질이 빛을 흡수하면 전자를 방출하는 현상)’가 나타나서 전류가 흐르게 돼. 그리고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의 접합부에는 전압이 생성돼.”

“그렇게 생성된 전류와 전압은 곧 전기에너지이자 전기 신호가 되겠군. 근데 결과적으로 이 전기 신호는 어떻게 0101(디지털 신호를 뜻함)이 되는 거지?”

이미지센서에는 포토다이오드에서 검출하고 전달한 전기 신호를 메모리카드와 AD변환기 등에 전달할 수 있는 각종 회로가 들어있다. 전기 신호는 회로를 따라 AD변환기(Analog to digital)를 거치며 디지털 신호인 소위 ‘0101’으로 전환된다. 이 디지털 신호는 메모리카드에 기록(저장)되거나 디스플레이에 전달돼 다시 화면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포토다이오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컬러필터? 이건 왜 있는 거지?”

“각각의 포토다이오드 위에 붙어있으면서 셀로판지 같은 효과를 내지. 색깔을 걸러준다는 뜻이야.”

“빛의 삼원색인 빨초파(RGB)로 걸러준다는 의미지? 그러니깐 왜 그렇게 하냐고!”

“김 기자. 초등학교 미술 시간을 떠올려봐.”

“난 국민학교…”

“어쨌든! 빨간색 물감과 초록색 물감, 파란색 물감을 얼마만큼의 배율로 섞느냐에 따라 온갖 색을 다 만들 수 있었지?”

“그래서 빛의 삼원색이라 하잖아.”

“그래. 그리고 우리가 눈으로 보는 빛, 가시광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거고.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세상은 이 세 가지 색깔의 조합이잖아.”

“그건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빛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고.”

“슬슬 감이 잡히지?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 빛을 컬러필터로 빨(R), 초(G), 파(B)로 걸러 화소 단위의 P-N접합반도체에 전달하면 여기서 R이 몇 개이고 G가 몇 개인지, B가 몇 개인지를 전기 신호로 검출하고 (AD 변화기에) 전달하는 거지.”

“그렇게 색깔별로 기록된 디지털 신호가 디스플레이에 전달되면 다시 원래의 상(像)을 나타낼 수 있고!”

미스터 R이 포토다이오드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 이미지센서는 전기 신호를 검출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CCD(전하결합소자)와 CMOS(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로 나뉜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초반기에는 비교적 제조공정이 쉬운 CCD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2000년 후반기 이후에는, CMOS가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CCD를 압도하게 되면서 이미지센서 시장을 장악했다. 그 둘의 차이는 아래에 표 참조.
참고3. CCD와 CMOS의 차이.
참고3. CCD와 CMOS의 차이.

○ 화소 만능주의자에 고함

“미스터 R. 그러면 화소는 많을수록 좋은 거지?”

“김 기자다운 질문이군!”

“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 답할건지….”

“아니. 진리의 ‘케바케(Case-by-case¤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라고 할 거야.”

십자수에 비유하자면 화소란 ‘한 땀 한 땀 수 놓는다’의 ‘한 땀(네모난 실 뭉치)’라 볼 수 있다. 피카츄을 수놓고 싶은데 100개 땀 보단 1000개 땀으로 만들었을 때가 더 세밀한 묘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한 땀 한 땀의 사이 공간에 이물질이 쉽게 낀다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땀이 많을수록 사이 공간이 많아져 피카츄는 더욱더 왜곡될 수 있다. 미스터 R이 ‘케바케’ 답변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화(화각)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이미지센서 자체의 크기는 표준 규격으로 정해져 있어.”

“35mm 필름카메라에 들어가던 필름의 크기인 ‘36×24mm(3:2배율)’ 말하는 거지?”

“맞아. 그걸 ‘풀 프레임(Full Frame)’이라 하지. 이보다 작으면 ‘크롭 센서’라 하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화소가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그 화소를 담을 그릇인 이미지센서의 크기는 한정돼 있다는 것이지?”

“그거야. 그런데도 화소 수를 늘리고 싶으면 화소 자체를 더 작게 만들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되면 특정 크기의 이미지센서에 예전보다 더 많은 틈이 생겨날 거야.”

“블록 쌓기를 할 때 더 작은 블록으로 탑을 쌓으면 접합부(틈)가 더 많아지는 것처럼?”

“‘레○’말하는 거지? 그래. 그 틈엔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줄 수 있는 포토다이오드가 없어 왜곡이 일어날 것이고!”
참고4. 화소 피치 관련 사진 찾아서 첨부.

최근에는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의 발달로 화소 피치에 의한 왜곡을 상당 부분 바로잡았다. 이 기술은 포토다이오드의 수광부(빛을 받아들이는 곳)가 아닌, 화소 피치에 닿아 전기 신호로 전환하지 못한 빛을 살려내는 기술이다. 소니의 ‘갭리스 온 칩’ 캐논의 ‘갭리스 마이크로 렌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화소로 갈수록 왜곡을 잡아내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그 기술력은 필연적으로 제품의 가격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미스터 R. 왜곡을 잡아내는 기술이 뒷받침해준다면 고화소가 더 좋은 거 맞겠네?”

“고화소가 좋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야. 다만 이미지센서의 성능을 논할 때 화소의 수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왜곡을 잡아내는 기술과 이미지센서의 크기 등에 따라서도 이미지의 선명도가 달라져.”

“어떤 카메라를 평가할 때 단지 화소 수가 많은가 적은가만 따질 게 아니라는 소리네.”

“결국은 어떤 목적으로 카메라를 살 것인가에 달린 거지.”

“너무 뻔한 대답 아닌가. 그런데 혹시, 화소가 많아지면 빛의 왜곡 현상 말고 다른 문제는 없나?”

카메라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은 현재 평균 2000만~2300만 화소다. 캐논의 EOS 5Ds 모델(5000만 화소 대), 소니의 A7R 2(4200만 화소 대), 니콘의 D810 (3600만 화소 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고화소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 한 장당 용량이 30MB(jpg 기준)를 넘어설 정도로 커진다. 이렇게 찍은 이미지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디스플레이의 해상도(1인치당 화소의 수, ‘가로×세로’로 표기)가 가로만 8000이 넘어야 한다. 현재 HDTV는 1920×1080, UHDTV의 해상도는 3840×2160라는 것을 고려하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정작 고성능으로 찍고 이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고화소 카메라는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와 어두운 곳에서 촬영할 때 왜곡이 심할 수 있어.”

“화소가 많아 더 민감하게 빛을 잡아낼 수 있으니 더 잘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반대야. 피사체가 조금만 움직여도, 예전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빛조차 다 잡아내니깐 이미지가 흔들려 보일 수 있지. 또 화소가 작아지면서 빛을 받아들이는 수광부의 면적이 줄어들어 적은 빛을 잡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이건 1화에서 설명했던 감도(빛 민감도)와 연관돼 있을 것도 같네?”

“그래. 현재까지의 기술력으로 보자면 화소 수와 감도는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지. 반대로 고화소는 조명이 설치된 스튜디오 촬영이나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를 찍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할 수 있어.”

고화소 카메라가 저화소 보다 감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시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캐논 ‘EOS 5D Mark 4’는 3000만 화소인데 상용 최대 감도가 3만2000이다. 하지만 5000만 화소 수인 ‘EOS 5Ds’는 상용 최대 감도는 6400정도에 불과하다. 고화소일수록 어두운 상황에서 빛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 비전(Vision)의 비전

지금까지 총 3화에 걸쳐 카메라의 보는 기술을 설명했다. 1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차이를 ‘광학식뷰파인더’에 초점을 두고 정리했다. 2화는 ‘초점 거리에 따라 화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였다. 이어 이번에 ‘어떻게 빛이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전환하나’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지센서를 해부했다.

보는 기술은 점차 간소화되고 정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광학식 뷰파인더는 없어지고, 렌즈는 더욱 압축돼 카메라의 크기가 줄어드는 추세다. 또 이미지센서는 왜곡을 잡는 기술들이 발전해가면서 고화소 이미지센서의 정밀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그 결과 과거 ‘부족했던’ 카메라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촬영자가 직접 광학식 뷰파인더로 관찰하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감도 등을 직접 조작해야 했던 수고로움이 줄었다. 카메라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전문가 못지않은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많아지는 이유다. 이 상황에서 촬영자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스터R은 이렇게 설명한다.

“갈수록 ‘카메라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가 아닌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거야. 촬영자는 끊임없이 스스로 촬영 이유를 되묻게 되겠지! 얼마나 비싼 카메라로 직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기획 의도가 빛나는가에 따라 사진 한 컷 한 컷의 가치가 달라지게 될 거란 얘기지.”

다음은 반도체를 다룰 예정이다. SD 메모리 카드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반도체 기반 상품들의 원리는 무엇인지 소개하겠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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