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 할때도 전신마취… 중증장애인들에 ‘열린 치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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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20>단국대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

《 2012년 경기 용인시 단국대 치대 죽전치과병원에 설립된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평일 진료 시작 시간이 일반 치과보다 조금 이른 오전 8시반 부터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환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환자의 90%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병변장애 등 중증 장애인들로 치료 시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전신마취를 하려면 8시간의 금식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하지만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공복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한다. 이런 환자들을 배려해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아예 진료시간을 앞당겼다. 》

26일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한 한 지적장애 환자가 전신마취 후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인=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26일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한 한 지적장애 환자가 전신마취 후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인=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 간단한 스케일링에도 전신마취 필요

중증 장애인들을 치료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 의사소통이 안돼 입을 벌리고 있기도 힘든 데다 치료대 위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해 붙잡을 사람이 필요하다. 일반인은 의사 한 명만 있어도 가능한 치료에 이들은 서너 명이 필요할 때가 많다.

치아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도 힘들다. 중증 장애인들은 인지능력이 부족해 통증을 알아차리고 이를 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 26일 장애를 가진 딸과 함께 센터를 찾은 한 어머니는 “이를 닦아줄 때 입에 힘을 꽉 주어 양치질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의사표현도 쉽지 않은 데다 관리가 잘 안되다 보니 입안 상태가 늘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닥과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턱을 없앤 휠체어 전용체중계.
바닥과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턱을 없앤 휠체어 전용체중계.
게다가 이들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금속 진료기기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발치나 스케일링 등 간단한 진료를 할 때도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하루 10명가량 오는 외래환자 중 전신마취 환자는 2, 3명. 전신마취는 마취 전후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당 3∼5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2∼3배는 더 드는 셈이다. 전신마취를 할 때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사, 영상의학과 의사 등 센터 전담의료진이 협진한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 김동현 원장은 “지방의 다른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선생님을 구하지 못해 전신마취 치료를 1년에 한 건도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일찍 출근하는 것이 힘들기는 해도 우리가 조금 더 고생하면 환자들이 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자 배려한 원스톱 서비스

전신마취를 할 때는 심장과 호흡기계통의 건강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는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위한 임상병리실, 흉부방사선촬영실 등이 마련되어 있어 마취 전 원스톱 서비스 검사가 가능하다. 또 전신마취 진료가 끝나면 진료실 바로 옆에 있는 회복실로 이동해 안정을 취한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는 치과진료실 외에도 감각운동치료실, 언어인지학습치료실 등 발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물리치료 및 언어치료 담당 의료진이 간단한 운동 및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진료비가 별도로 부과되긴 하지만 치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에 함께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센터 내 각종 검사기기도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입구 쪽에 있는 휠체어 전용 체중계도 그중 하나다. 체중계로 올라가는 턱을 없애 바닥과 체중계가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제작했다. 센터 측은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쉽게 몸무게를 잴 수 있도록 체중계의 턱을 없앤 것”이라며 “이 밖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 촬영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파노라마 촬영장치, 누워서 촬영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기기 등 다양한 장비를 마련해 장애 환자들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 받아도 운영 어려워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공사비, 리모델링비, 장비구입비 등 초기 시설비는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지금도 재료비, 장애인 환자들에 대한 진료 감면액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등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센터가 제공받는 지원금액은 9∼10월경이면 모두 소진된다는 점. 다음 예산이 지급되는 이듬해 1월 전까지 두 달 정도는 순전히 병원 자체 예산으로 운영한다. 진료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김 원장은 “잇몸병을 유발하는 세균은 심장, 뇌, 간, 콩팥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치아 치료가 선행되면 각종 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확충되고 각종 지원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의사들 협진 돋보여… 기부 등 지원 늘려야”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장애인 환자들을 위해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을 갖춘 단국대 치대 죽전치과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대해 “진짜 착한 병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의사 등 전담 의료진의 협진이 돋보였다”며 “많은 병원의 모범이 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 만족도가 높은 만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면 좋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육체적 물질적 희생이 크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도 “기타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용인=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착한 병원#단국대#장애인구강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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