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학술지]<1>사이언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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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실용성 겸비한 논문 쉽게 풀어서 편집

사이언스 10월 11일자 표지.
사이언스 10월 11일자 표지.
※ ‘세계 최고 학술지 시리즈’는 격주로 과학면을 통해 연재됩니다. 사이언스, 네이처, 셀, PNAS 등 세계 유명 학술지에 대한 기사가 게재될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명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과학 관련 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네이처’와 함께 세계의 과학 이슈를 이끌고 있는 ‘사이언스’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주간 과학 잡지다. 매년 게재를 요청하는 논문만 1만 편 이상이고 온라인을 포함한 전 세계 구독자는 100만여 명이다. 과학 잡지 사이언스의 현주소다.

1880년에 창간된 사이언스가 곧바로 현재와 같은 위치에 올라간 것은 아니다. 창간 당시 토머스 에디슨이나 그레이엄 벨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파산과 회생을 반복했다.

이런 사이언스가 세계 최고 학술지가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성’과 ‘실용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

과학 대중화가 목표인 AAAS의 공식 과학 ‘잡지’인 만큼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대중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논문을 작성해야 사이언스 게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학술지에 게재할 때는 전문 용어를 그대로 써도 되지만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다른 전공자가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용어를 풀어 써야 한다.

대중성 다음으로 실용성이 사이언스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연구 결과는 혁신적일 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 최근 사이언스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이지웅 연구원은 “사이언스 논문 게재 후 연구소와 기업 등에서 기술 이전 문의가 쏟아졌다”며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의 논문은 나일론 같은 평범한 섬유를 촉매 등 기능성이 있는 물질로 바꾸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 우리 생활 속 의류와 관련돼 실용성이 돋보였다. 고효율 2차전지, 나노다공성 산화물 저가합성법, 3차원(3D) 뇌지도 같은 논문도 최근 사이언스를 장식했다.

사이언스는 논문의 대중성과 혁신성 및 실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편집자와 해당 분야 권위자가 공동으로 논문 검증과 심사를 진행한다. 과학이나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사이언스 편집자가 우선 논문의 내용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분야의 권위자 2명에게 검증받는 과정인 ‘피어 리뷰’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들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편집자가 최종적으로 논문의 게재 여부를 결정한다.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해당 분야 권위자는 최대 10명. 엄격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 사이언스 게재의 영예를 얻는 논문은 단 10%에 불과하다.

이 연구원은 “권위자의 의견을 토대로 진행되는 이런 검증 방법이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최근 전 세계 누구든 논문을 평가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 같은 게재 방식도 생겼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논문 게재 학술지는 사이언스와 네이처, 셀 같은 유명 학술지”라고 말했다.

미국 과학사를 전공한 박범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사이언스는 사기업인 네이처보다 보편적인 과학 이슈를 두루 다루는 특징이 있다”며 “과학 대중화를 통해 잠재적 과학자를 발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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