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갑작스러운 변비증상, 대장암 의심해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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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오승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대장암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암이다. 경제 성장으로 육식, 패스트푸드 위주의 기름지고 열량 높은 음식을 즐기면서 나타난 결과다. 대장암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건강한 대장을 상징하는 골드리본 캠페인을 6년째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58세 중국 남성이 대장암 진단을 받아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골드리본 캠페인의 하나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무료 검진사업을 진행하던 중 암을 발견했다. 부인이 변비와 복통 증세를 호소하던 남편이 예사롭지 않다고 의심한 게 대장암 발견에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건강보험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그들에게 보험료는 부담이다. 몸에 이상을 느껴도 선뜻 정밀검사를 받으러 나서지 못한다. 캠페인과 연이 닿은 이 남성은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대장암 3기였다. 종양이 대장을 꽉 막아 변비 증상이 심했던 것이다. 환자는 내시경으로 검사가 불가능했다. 스텐트를 삽입해 넓혀놓고 대장을 깨끗이 비운 다음에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늦게 발견됐다면…, 아찔해진다.

많은 이들이 암을 천형으로 여긴다. 별다른 전조 증상이 없어 암을 발견했을 때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인 때도 많다. 그에 비하면 대장암은 고마운 암이다. 조기검진 방법이 널리 보급돼 있고 변을 보는 과정에서도 대장암 의심현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변이나 복통, 갑작스러운 배변습관 변화 등이 그것이다.

올해 대한대장항문학회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장암 환자 1700만 명 가운데 암 진단 전에 변비 증상을 겪은 이가 7명 중 1명꼴이었다. 스트레스나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생기며 고질병으로 여겨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는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라는 이 연구 결과는 놀랍다.

원리는 간단하다. 종양으로 대장이 좁아지면 배변이 쉽지 않다. 변이 막히면 없던 변비 증상이 생겨난다. 그런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원래 그런데 뭘, 운동 좀 하면 괜찮아지겠지’ ‘식습관을 고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변을 보다’라는 말은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변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습관의 변화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자.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결과는 내 몸의 신호를 감지해 병원을 향하는 발걸음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승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변비#대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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