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Dr.Kim의 시원한 性의학]정액에 피가… 남자도 생리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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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한반도 최초의 국제결혼이 있었다. 가야의 수로왕과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그 주인공인데, 삼국유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붉은 돛을 달고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포구에 닿은 허왕옥이 비단치마를 벗어 건넸다’는 내용인데, 이는 허황옥이 임신이 가능한 건강한 여성임을 표현한 것이다. 붉은 돛과 깃발은 생리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녀는 무려 10남 2녀를 낳았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에는 여성의 생리혈을 무척이나 신성하게 여겼다. 동양에서는 초경으로 만든 약제를 귀한 회춘제로 여겼으며, 서양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들이 생리혈을 상징하는 붉은 베일을 쓰거나, 붉은 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또한 생리혈이 사악한 악령을 쫓는다고 여겨 환자가 생기면 붉은 옷을 입혔다.

하지만 일부 문화권에서는 생리혈을 터부시했다. 임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리 중인 여성이 관여하면 음식의 맛도 없고, 농작물도 열매를 맺지 않으며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고 여겨 깊은 산속이나 외딴곳에 임시로 격리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의 생리는 임신능력과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데, 간혹 20, 30대 남성들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남자도 생리를 하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사정할 때 검붉은 피가 정액에 섞여 나오자 놀라서 온 경우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혈정액증은 대부분 큰 병이 아니므로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성관계 시 정액에 갈색이나 피 색깔이 보였다면, 콘돔을 착용하고 성관계를 갖거나 자위행위로 다시 확인한 다음 병원을 찾아도 늦지 않다.

혈정액증은 평균적으로 30대 중반의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치료되며, 간혹 24개월 정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성행위 중에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에는 성적 접촉이 너무 오랜 기간 없거나 혹은 매우 잦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는데, 진단장비의 발달로 염증이 주요 원인임이 밝혀졌다.

이 외에도 전립샘 결석, 성병, 전립샘암, 전립샘혈관기형, 고혈압, 임파샘암, 혈우병 등 출혈경향이 있거나, 출혈경향이 있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약을 먹어서 그런 경우도 간혹 있다. 정액이 몸 밖으로 나오는 통로인 고환, 부고환, 사정관, 정랑, 전립샘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혈정액이 나타날 수 있다.
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 없이 치유가 되지만, 처음 겪으면 ‘암이나 성병에 의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과 근심을 갖게 되는데, 우선 과로나 과음을 피하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유지하면서 출혈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보는 것이 좋다.

출혈이 멎지 않고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할 때, 그리고 사정 시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립샘 질환이나 정낭 등에 이상이 있을 경우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 이후에 이런 증세가 빈번하게 나타나면 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40대 이후 환자의 3% 내외가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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