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국내 기면증 환자 2만여명, 수면다원검사에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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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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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적용 큰부담 덜어줘야

남현우 교수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남현우 교수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따뜻한 봄날, 20대 중반의 한 남성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취업준비생인 환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에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길을 걷는 도중 참을 수 없이 졸리기 시작하면서 잠이 들어 사고가 날 뻔하고, 심지어 면접을 보는 도중에도 잠이 들어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다.

수면장애 중 하나인 기면증이 의심됐다. 기면증은 비정상적으로 잠이 많아지는 질환이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잠에 빠지는 경우가 흔해 일상생활이 어렵다. 만약 기면증 환자들이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들면서 교통사고를 포함한 다양한 사고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면증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기면증 확진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수면다원검사는 필수적인 검사 중 하나다. 하지만 환자는 100만 원에 가까운 진단 비용이 부담스러웠는지 검진 받는 것을 주저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검사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기운 없는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를 보며, 비싼 검진 비용 때문에 기면증이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선뜻 치료를 결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기면증 환자는 국내에만 2만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인 2000명 정도다. 이 같은 낮은 치료율은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졸음’을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고, 의지가 약하거나 허약한 체질 탓으로 치부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면증 진단을 위한 검사 비용 부담이 높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기면증은 진단 후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기면증은 한창 공부하는 중고교 시절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기면증을 치료해 정상적인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기면증 진단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이 부담 없이 검사하고 치료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남현우 교수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기면증#수면다원검사#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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