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제대로 걷자]<4>팔자걸음, 단순히 잘못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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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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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골반-무릎 어딘가 이상!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에서 보행검사(왼쪽)과 족압검사를 받고 있는 기자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에서 보행검사(왼쪽)과 족압검사를 받고 있는 기자
《“발목이 뻣뻣하네요. 그래서 걸음걸이가 경쾌하지 못합니다.”

신민철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전문의 과장은 기자에게 한 발을 들어 곧게 편 뒤 발목을 회전시켜 보라고 했다. 신 과장은 그 모습을 보고 발목이 유연하지 못해 회전이 부자연스럽고 회전 크기가 작다고 지적했다.

평소에 팔자걸음을 걷는다는 얘기를 들어온 기자는 이를 교정하고자 클리닉을 찾았다.

몇 가지 운동요법을 처방받으면 되는 줄 알았던 기자는 다양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최현섭 하늘스포츠 체형과학 연구소장의 말에 의아했다.

족압검사, 보행검사 등 걷는 자세 측정과 전체 척추 및 하반신 X선 촬영을 해봐서 팔자걸음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사를 마치고 상담을 위해 마주한 신 과장은 난데없는 발목 얘기부터 꺼냈다.

“발목이 부드럽지 못하니까 발을 땅에 디딜 때 뒤꿈치부터 닿지 못하고 발 전체로 쿵하고 딛습니다. 쉽게 말해 터벅터벅 걷는 거죠.”》

요추 C字 아닌 일자이거나… 골반 한쪽으로 틀어졌거나…
원인 정밀진단-자세교정 안하면 척추-무릎 등 퇴행 위험


○ 팔자걸음은 체형 이상의 결과

신 과장은 기자의 발이 보행 시 지면에 닿는 과정을 담은 연속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보세요. 뒤꿈치가 딛는 시간이 굉장히 짧고 발 전체로 닫는 시간이 길죠. 이러면 발에 하중이 많이 가해지고 아킬레스건이 긴장하면서 더욱 안전하게 걷기 위해 11자 걸음보다 팔자걸음으로 걷는 겁니다.”

팔자걸음은 단순히 잘못된 습관이겠거니 하는 당초의 생각은 아예 틀린 것이었다. 발목부터 시작해 골반 허리 척추의 이상이 팔자걸음을 낳는다는 것이 신 과장의 얘기였다.

그는 하반신과 척추의 X선 결과를 보여줬다. 정상적인 요추(허리 척추)는 앞으로 C자형인데 기자는 거의 일자(一字), 즉 직선에 가까웠다. 이럴 경우 골반이 위로 들리고 대퇴부뼈(고관절)가 바깥으로 벌어진다. 여기에 척추측만증이 있어 골반이 오른쪽으로 더 틀어지면서 오른쪽 고관절이 왼쪽보다 더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연쇄 과정을 거쳐 팔자걸음이 됐다는 것이었다.

보통 발의 각도가 7∼15도 벌어지는 건 정상이고 15도 이상 벗어나면 팔자걸음이다. 보통 무릎관절이 바깥으로 벌어지는 유전적 이상이나 외부 충격으로 고관절 무릎 등에 무리가 생기면서 생기는 팔자걸음이 30% 정도이며 나머지는 기자처럼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로 체형이 틀어지면서 생긴다. 한국의 좌식문화도 팔자걸음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진다. 이것이 척추와 고관절, 무릎의 퇴행을 더욱 부추긴다.

○ 평소 올바른 자세부터 가져야

팔자걸음은 체형 변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선 자세를 바르게 잡아야 고칠 수 있다. 즉, 일자 척추를 원 상태인 C자형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인간의 척추와 다리는 직립보행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작업이나 공부를 하다 보니 몸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일자 목, 일자 허리가 생기면서 원래의 체형을 잃어버렸다.

신 과장은 자세 교정의 큰 원칙으로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붙인다. 억지로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면 오히려 근육 긴장도가 커지므로 자연스럽게 등을 대고 앉는다.

또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 팔은 몸에 최대한 가깝게 하고 팔꿈치 각도를 90∼95도로 유지한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2시간마다 한번씩은 일어나서 10분 정도 보내야 한다.

팔자걸음은 잘못된 체형의 결과지만 이를 의식적으로 고치면 잘못된 체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 특히 걷는 자세는 의식적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팔자걸음의 경우 그 원인이 허리 골반 무릎 중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확인한 뒤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조성연 클리닉 원장은 “억지로 발을 11자로 조이면서 걷는 것보다 편안하게 발을 모으고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관절이 바깥으로 향하는 걸 막기 위해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발목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아까처럼 한발을 들고 다리를 편 뒤 엄지발가락으로 원을 그리는 것을 한번에 20번씩 하루 세 번 정도 하면 도움이 된다. 11자 형태의 올바른 걸음은 칼로리 소모에도 효과적이다. 10분 동안 올바른 걸음을 걸었을 때 팔자걸음 등과 비교해 10Cal 가까이 칼로리 소모가 많다는 실험도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팔자걸음 개선을 위한 자세 교정법 :

- 의자에 앉을 때는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붙인다.

- 등은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붙인다.

-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최대한 삼간다.

- 의자에 2시간 이상 앉을 경우 반드시 10분 이상 서서 활동한다.

- 무거운 것은 가급적 양손으로 든다.

- 무거운 물건을 바닥에 댄 채 옮길 때는 끌지 말고 민다.

- 발을 들고 다리를 편 뒤 엄지발가락으로 원을 그리는 것처럼 발목을 돌려준다. 이를 20번씩 하루 세 번 한다.

- 걸을 때는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게 한다.

- 11자로 걷되 억지로 안쪽으로 조이지 말고 평소보다 발을 모은다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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