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저소득층 접종률 20~30%밖에 안 돼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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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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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꼭 알아야 할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12세 이하의 유아 및 어린이가 동네 병·의원에서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때 1회 접종 비용이 2만∼3만 원에서 올해부터 5000원으로 크게 줄었다. 국가가 예산을 본격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접종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 조인성 보건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하 조)과 함께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필수예방접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이진한 기자(이하 이)=조 위원은 국가가 필수 예방접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유가 뭔가요.

▽조=내가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엔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예방접종률도 낮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5년 정부가 대구와 경기 군포시에서 필수 예방접종 무료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후 예산문제로 유야무야된 것이 안타까워 개원의사회와 예방접종 관련 학회, 정부기관을 쫓아다니며 설득을 했고 5년 만에 이번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인성 보건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
조인성 보건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
▽이=예방접종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모든 종류의 예방접종 비용을 정부가 지원합니까.

▽조=10가지 예방접종에만 해당합니다. BCG(결핵), B형간염,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IPV(소아마비),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일본뇌염, 수두, Td(파상풍·디프테리아), Tdap(청소년 및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DTaP-IPV혼합백신 등입니다.

▽권=지난해까지는 필수 예방접종이 8개였습니다. 이번에 Tdap, DTaP-IPV혼합백신이 추가됐습니다. 혼합백신은 기존에 따로 맞았던 DTaP와 IPV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백신이므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셈이지요.

▽이=혼합백신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수입이 줄까봐 반대했다던데요. 접종횟수가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었기 때문인가요.

▽조=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겁니다. 현재 필수 예방접종률은 60%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업으로 예방접종률이 올라가면 아이들을 질병 위험에서 구할 수도 있고, 의사들의 ‘수입’ 걱정도 없어질 겁니다.

▽이=선진국에선 필수 예방접종률이 80% 이상인데 왜 우리는 접종률이 낮은 걸까요.

▽조=저소득층의 접종률은 평균보다 낮은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갈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4∼6세 때는 DTaP, 폴리오, MMR, 일본뇌염 등을 추가로 접종해야 하는데 아이의 부모는 대부분 잊고 있거나 접종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추가접종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시 그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지역별로 어떤 곳은 무료인데 어떤 곳은 5000원을 부담합니다. 왜 차이가 나는 건가요.

▽권=정부가 예방접종 비용의 70%를 내고, 나머지 30%를 본인이 부담합니다. 그런데 서울, 경기, 인천, 울산, 전북, 제주 등 6곳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 줍니다. 주민등록상 6곳에 거주지가 등록된 아이는 무료지만 나머지 지역은 자기 부담금 5000원을 내야 합니다.

▽이=예방접종 혜택은 어린이만 받습니다. 진료도 ‘소아청소년과’에서만 가능한가요.

▽조=그렇지는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동네의원, 병원, 보건소 등 7000개 정도의 의료기관에서 가능합니다. 인터넷으로 예방접종 등록 시스템에 접속되는 병·의원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네 병·의원 접수창구에 ‘국가 필수예방접종 지정의료기관’이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이=의원이 이사해 버리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기가 힘들었습니다. 예방접종 등록 시스템이 구축되면 앞으로 어디서든지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나요.

▽권=그렇습니다. 다만 실시간확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병원 측에 부탁해 적당히 발급받는 것은 어려워질 겁니다. 가령 유학생의 경우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이 더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유학을 계획한다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미리 알아봐야 합니다.

▽이=올해부터는 초등학생이 입학을 하려면 4가지 예방접종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데요.

▽조=네 지금까지는 MMR(2차) 접종 1건만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했는데, 올해부터는 만 4∼6세 때 받아야 하는 MMR, DTaP(5차), 폴리오(4차), 일본뇌염(사백신 4차 또는 생백신 3차) 등 4가지 백신을 확인합니다. 초등 교사가 온라인에서 직접 학생의 예방접종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보호자는 별도로 예방접종 증명서를 학교에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지금까지는 저렴하게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보건소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제는 보건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12개월 된 유아가 일본뇌염 예방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이 주사는 무료다. 동아일보DB
12개월 된 유아가 일본뇌염 예방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이 주사는 무료다. 동아일보DB
▽권=네, 지금까지 보건소는 예방접종 시행을 주로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동네 병·의원에 맡기고 예방접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취약계층 자녀들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적절한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올해 필수 예방접종 사업은 중앙정부예산 500억 원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A형간염이나 폐구균 등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따로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예산이 늘더라도 예방접종을 통해 국가와 국민 전체가 얻는 이익이 더 많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예방접종에 대한 홍보와 관리, 국민들 스스로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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