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14>“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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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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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편<2>-중환자실 선택


《왜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항상 적자가 난다고 할까. 국가는 왜 중환자실을 지원하지 않는가. 이진한 본보 의학전문기자가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과 함께 일반인이 중환자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봤다.》
▽이진한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항상 적자가 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적자가 나는가요?

▽고윤석=우리 병원의 경우 1년에 병상당 약 8000만 원의 적자가 납니다. 총 180병상인데 1년에 150억 적자인 셈이죠.

▽이=왜 적자가 나도록 정부에선 그냥 놔두는 것인가요?


▽고=2004년 정부가 국내 대학병원 중환자실 원가를 계산했더니 병상당 14만5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호텔도 5등급으로 나누는데 중환자실도 등급을 나누자고 했고 결국 대한병원협회와 정부가 병상당 간호사 수를 기준으로 9개의 등급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재정 때문에 등급당 수가가 낮게 책정됐죠. 특히 9등급 등 낮은 등급의 돈을 빼서 1등급 등 높은 등급에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병원에선 중환자실 등급을 올리고 싶어도 간호사 인건비 때문에 올릴 수도 없어요.

▽이=그래도 중환자의 경우 하루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50만 원으로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한 달 입원하면 1500만 원이나 하니까요. 환자들로서는 중환자실이 적자라는 말이 와닿지 않습니다. 환자 부담은 왜 그렇게 많은가요?

▽고=실제로 환자가 부담하는 돈이 적지 않아요. 하지만 환자가 내는 돈의 대부분은 약제비입니다.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싼 항생제 승압제 등에 대한 비용이죠. 의사들의 인건비는 거의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많은 병원이 이렇게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다 보니 허술하게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겠네요. 일반인 입장에서 무엇을 챙겨봐야 하는지요?

▽고=무엇보다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어느 정도 있는지 병원 측에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는 중환자 의학을 전공한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모든 중환자실에 전담의사만 있다면 중증패혈증 환자의 경우만 해도 1년에 8700명을 더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이 병원 시설입니다.

▽이=나쁜 중환자실은 어떤 것입니까?

▽고=병원이 아닌데 시설만 갖춰진 곳, 중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인데도 중환자를 받는 병원이 가장 나쁜 곳입니다. 국내 의료법엔 중환자실은 넓이가 어떻고, 문이 몇 개 있어야 하는 등과 같은 최소 요건만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그러다 보니 중환자실 간판만 붙여놓은 중환자실이 많습니다.

▽이=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이 병원에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있는 곳인지, 또 1등급부터 9등급 중 어느 등급에 속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것만 공개돼도 환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없는 환자는 모두 큰 병원으로만 몰리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정보를 줘야 할 듯 합니다. 호텔도 5성급인지 4성급인지 공개를 하는데 말입니다. 중환자의 등급에 따라 보험에서 재정이 나가면서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고=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중환자실은 공공의료 목적에 맞게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합니다. 암 환자의 외래 및 입원 비용의 본인 부담을 10% 정도로 낮춘 것처럼 말입니다.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선 중환자실 이용은 무료입니다. 물론 그러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 제한된 재원으로 움직이려면 중환자실 전문의에게 꼭 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하지만 막상 중환자실에 가보면 회생 불가능한데도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환자도 많습니다. 그 병상에 응급 환자를 받으면 살릴 수도 있는데 의사로서는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고=보호자와 치료 중지 때문에 언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고 하는 가족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치료가 의미가 없다고 설득하여 치료 중지를 해야 할 것인가 갈등이 생깁니다. 이는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큰 의미가 없는 경우엔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거나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동의서를 받습니다.

중환자실의 의료진이야말로 가장 도덕적인 직업군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에 환자 치료가 소홀해서는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 각 협회의 이익 때문에 등급이 낮은 중환자실을 굳이 운영하도록 남겨둬야 하는지는 정부와 병원이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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