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13>“가족의 슬픈 반응, 환자에게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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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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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투명한 벽으로 만들순 없나…
중환자실 편<1>-중환자실이란

중환자실은 환자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공간이므로 의사와의 의사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 동아일보 DB
중환자실은 환자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공간이므로 의사와의 의사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 동아일보 DB
《뚜 뚜… 일정한 기계음만 조용히 울리는 곳. 중환자실은 대개 3,4일이면 환자의 호전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진한 본보 의학전문기자(이하 이)와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이하 고)과 함께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환자실에 대해 알아봤다.》
▽이=
중환자실은 어떤 곳인가요?


▽고=중환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 방어능력이 떨어져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환자입니다. 둘째는 환자가 수술 또는 검사를 했는데 그 상태가 불안정해서 상태 추이를 관찰해야 하는 환자군, 마지막으로 장기 이식 전 장기를 보존해야 하는 뇌사 상태의 환자가 중환자실 입원 대상입니다. 중환자실은 중환자들을 위해 전문인력과 시설장비 등이 갖춰진 곳이죠. 국내엔 총 1200병상이 있습니다.

▽권=대개 큰 병원은 내과계 외과계 신경외과계 신경계 심장외과계 심장계 중환자실과 소아과 신생아 등 8개의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병원은 내과 외과계로 나눈 종합중환자실이 많은데 일부 대학병원 급은 4, 5개를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고=대개는 내과 마취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외과 소아과 결핵과 등 전문의가 중환자를 맡습니다. 2009년 대한중환자 의학회에서 중환자 세부 전문의를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1200명이 국내에 배출 됐습니다. 의료법상엔 중환자실 전담의사의 자격규정이 없어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의도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학회에선 중환자 담당 의사가 되려면 적어도 전문의로서 자기 근무 시간의 50%를 중환자실에 배분해야 합니다.

▽권=우리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갔는데, 사실 의사인 저도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없었죠. 중환자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어요. 신생아실처럼 중환자실을 밖에서 볼 수 있도록 투명한 벽으로 만들 순 없나요?


▽고=일부 선진국에서는 가족도 함께 중환자실에서 진료에 직접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자상태가 나쁠 경우 환자 곁에서 가족들이 크게 울며 슬픔을 잘 자제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옆 환자의 심박동이 빨라지기도 합니다. 또 우리가 하는 진료 중에는 기관 삽관처럼 침습적 치료가 많아 가족들이 되도록 보지 않는 것이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은 아무래도 환자의 고통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습니다.

▽이=중환자실에 근무하면 떨어지지 않도록 환자를 묶는다거나 혈관을 잡는 시술이나 코 줄 넣는 시술 등이 무시무시하던데 이 때문에 보호자는 많이 놀랄 것 같습니다.

▽고=때로는 밤새 환자를 살리기 위해 집중 치료를 하는 와중에 환자복에 피가 튀기기도 하는데 면회 시간에 보호자들이 피를 보는 순간 “당신, 우리 환자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며 어떤 경우엔 심한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권=중환자실에서 제한된 인력으로 일을 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피가 묻은 옷을 치우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고=자주 오는 보호자에 비해 가끔 오는 보호자가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환자 상태가 나빠서 상태가 악화될 때 대개 의료진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더라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격려를 해주는 것이 결국엔 환자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아두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일 좋은 것은 중환자실 의사를 믿을 수 있으면 그냥 많은 부분을 맡겨놓고 설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고=만약에 신뢰할 수 없으면 빨리 병원을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의사를 바꿔 달라고 요구를 해야 됩니다. 의사 입장에서 보호자와 관계가 나쁘면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시술을 해야 될 때 피하게 됩니다.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중환자실에선 감염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항생제 남용이 가장 많이 되는 곳이기도 할 텐데요?

▽고=특히 감염 균에 대한 2차 감염이 문제가 됩니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달았거나, 중심정맥관을 달았거나, 소변줄을 단 환자 순으로 병원내 감염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외국의 경우 감염 통제를 잘 하는 병원도 10% 가까이 감염이 생기고 있고, 평균 20~30% 정도는 중환자실에서 2차 감염이 된다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환자와 의료진은 무엇을 조심해야 될까요.

▽권=중환자실 보호자들은 가운과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는 것이 관례인데, 두바이의 유명한 병원에 가니깐 그곳엔 가운도 안 입고 슬리퍼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걸 봤습니다. 사실 가운이나 마스크 등이 감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병원도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일본은 덧신도 신고 마스크도 사용하고 심지어 공기 샤워도 하지만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데는 큰 효과가 없어요. 손을 열심히 씻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면역력이 매우 떨어져 따로 관리하는 환자를 만날 때는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선 항생제를 가능한 정확하게 짧게 사용하는 원칙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외국에 비해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고 광범위 항생제와 고단위 항생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번 고민해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보호자나 의료진은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중요한 곳이지만 많은 병원들이 막대한 비용 때문에 중환자실 유지를 꺼린다. 다음 회에서는 의료진도 제대로 말하지 않는 중환자실의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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