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3>동네병원선 흔한 질환, 대학병원선 ‘희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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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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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선 병의원에서 선전하는 의학박사 등의 경력이 바로 실력과 직결하진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살폈다. 이번엔 대학병원이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보다 실력이 좋은지를 알아봤다.

▽이진한= 환자들은 대개 대학병원으로만 가려고 하죠. 실력이 낫다고 생각하니깐. 특히 유명한 대학병원을 좋아하죠. 대학병원 응급실에 감기 환자도 많이 오죠. 저도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 본 적이 있습니다.

▽권용진= 구체적으로 실력이 궁금하긴 한데 잘 모르니까 일단 유명하고 큰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죠.

▽이= 유명한 병원은 이름난 의사도 많고 다양한 질환을 보니까 당연히 잘 치료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권= 어떻게 보면 맞지만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죠. 대학병원도 주로 다루는 질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질환의 경우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수술 건수가 적은 경우도 있어요.

▽이= 치질과 맹장수술처럼 간단한 수술은 꼭 대학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죠.

▽권= 치질 환자의 경우 서울대병원은 1년에 60건밖에 수술을 안 합니다. 한양대병원은 20건, 전남대병원은 25건이죠. 반면 외과전문병원은 1년에 7000건 정도 합니다. 맹장염(급성충수염) 수술도 큰 병원보다 규모가 좀 더 작은 병원에서 많이 하죠. 누가 더 수술을 잘하겠습니까.

▽이= 무조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생각들은 이젠 고민해 봐야겠군요. 통계를 보니 동네 병원에서 흔한 질환이 대학병원엔 희귀 질환으로 바뀌는 군요.(하하) 그러면 환자들은 대학병원으로 가야할 때와 전문병원이나 동네의원으로 가야 할 경우를 구분해야겠군요.

▽권= 그렇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맹장으로 확진돼 근처 외과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환자가 노발대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소병원엔 맹장 수술 경험이 많은 외과 전문의가 수술하고, 대학병원은 작고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전공의가 집도할 확률도 높은데도 말이죠. 대학병원은 주로 중소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오므로 난도가 높은 질환을 주로 봅니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어려운 시술이나 치료를 잘 할 수 있지만 단순한 질환의 경우 중소 병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특히 그렇죠. 이런 질환은 합병증을 예방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병원에서 가서 30초 진료를 받는 것보다 동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큰 병원에 가면 비용과 시간낭비도 심하죠.

▽권= 환자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동네의원 여기저기 다니다가 원인을 못 찾았는데 대학병원 가니 원인을 찾고 수술을 받아 나았다는 경우가 있죠. 그렇다고 매번 대학병원을 갈 수 없지 않을까요?

▽이= 네, 맞습니다. 오히려 동네병원에 평생 주치의 개념으로 마음이 맞는 의사를 사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 의사가 대학병원에 가라고 할 때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겠네요.

권 교수와 대화하면서 대학 병원이 무조건 모든 질환을 잘 치료한다는 것은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엔 환자가 병원마다 치료비가 다른 것에 대해 파헤쳐 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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