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2>경력-명패가 진료실력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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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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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출신 기자 - 의대교수 ‘ 생생토크 ’
의학박사… 외래교수… 미국 유명의대 연수… ‘명패=진료실력’?

지난번 첫 회에선 동네 의원 간판을 보고 어떻게 의사의 정보를 알 수 있는지 알아봤죠. 가령 이진한 내과 의원이라고 쓰여 있으면 ‘이진한=내과 전문의’를 의미합니다. 다른 진료과목은 부수적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환자가 의원에 들어간 뒤 어떻게 의사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지 알아보죠.

▽이 기자= 병원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의사들의 약력과 경력이죠?

▽권 교수= 그렇죠. 저도 동네의원에 가면 이 분이 어느 대학 출신인지,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지 확인하니까요. 하지만 동네의원에 홍보된 약력과 경력 정보들은 대부분 좋은 병원의 외래 교수거나 유명 병원에서 연수했다고 쓰여 있어서 그것만 보면 진짜 실력이 있는지 알기는 힘들죠.

▽이 기자= 네, 제 의대 친구도 대학병원에 가서 실습 나온 의대생들에게 1년에 강의 한두 번 했는데 외래교수 임명장을 받았거든요. 어떤 병원은 출신 과에 기부를 많이 하면 외래교수를 주기도 한다던데. 일종의 경력 부풀리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권 교수= 그렇습니다. 일반인은 똑같은 의사라도 교수가 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죠. 물론 대학에서 수십 년간 활동한 교수는 특정 분야에선 대단한 실력자이지만 1차의료 담당의사로서 실력도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죠.

▽이 기자= 맞아요. 교수뿐 아니라 의학박사도 좋아하는데, 그 때문에 개원 후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먼 곳까지 대학원을 다녔던 선배도 있었지요.

▽권 교수= 전문의 자격은 그 분야의 진료 능력만 생각하면 훨씬 검증된 자격이죠. 전문의 취득을 위해서는 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실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자= 하기야 의학박사 중에 의대 출신이 아니고 생물학 유전학 등을 전공한 분도 적지 않습니다. 의학 박사가 진료하고는 관련 없다는 의미죠. 그런데 의사선생님들 경력을 보면 내과 전문의·의학박사라고 쓰여 있는데, 내과 전문의·내과 박사라는 의미인가요?

▽권 교수=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의학 분야는 세부전공이 많습니다. 해부학, 생리학, 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분야가 있고 의사학 같은 인문학 분야도 있습니다. 모두 의학박사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해부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우도 전문의·의학박사라고 쓸 수 있는 것이죠.

▽이 기자= 외국 병원 경력도 1, 2주 정도 외국에서 연수한 정도를 가지고 경력에 넣는 것을 흔히 봅니다. 가령 치과의원에서 뉴욕대(NYU),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마린다, 보스턴, 컬럼비아 등에서 임플란트 단기 연수한 것을 경력에 올리는 것이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서도 이러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동네 의원의 경우 경력에 혹하기보다는 평소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권 교수와 대화하면서 의사의 명패에 있는 의학박사나 외래교수는 그 의사의 실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전문의 자격만 있으면 실력 차이가 없다는 말인가? 다음엔 이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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