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피 뽑는 부항 마구잡이 시술, 허약한 환자 쇼크死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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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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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도시에서 백일이 갓 지난 아기의 피부질환을 무면허 사이비 의료업자가 고치려다가 아기가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그 업자는 아기의 질환을 임의로 아토피 피부염이라 진단하고 습부항을 무리하게 6회에 걸쳐 실시하다가 마지막 시술에서 쇼크가 일어나 아기를 응급실로 옮겼으나 살려내지 못했다.

부항은 한방의료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비교적 적으면서 안전한 시술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면허 업자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자행되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사망사고라는 끔찍한 일이 재발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부항이라는 이름은 ‘붙일 부(附)’와 ‘항아리 항(缸)’자를 써서 말 그대로 항아리와 같은 모양의 용기를 붙임으로써 치료를 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흔히 ‘부황’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기(誤記)이다.

부항요법은 한(漢)나라 문헌에서도 동물의 뿔을 이용한 치료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치료 행위다. 피를 뽑는 사혈을 목적으로 부항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피부침습 없이 부항만을 시술하여 면역력 증대 등의 효능을 노리기도 한다. 사혈을 하는 시술을 습부항(濕附缸)이라 하고 사혈하지 않는 시술을 건부항(乾附缸)이라 한다.

두 요법을 비교하자면 건부항은 정기(正氣)를 보충해주는 보법(補法)이 될 수 있고, 습부항은 병사를 덜어내 주는 사법(瀉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법과 사법은 병사의 허실(虛實)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며 현행법상 이에 대한 판단은 오직 한의사만이 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허즉보(虛則補)하고 실즉사(實則瀉)하는 한의약 원리에 입각하여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치료 방식을 결정한다. 보해야 할 허증(虛症)이 분명한데 피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노인 환자분들을 보면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습부항이라고 해도 비전문가가 시술하면 사망이라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에서도 소독되지 않은 기구를 이용해 스스로 시술하다 감염되기도 한다. 이처럼 위험한 의료 행위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이번의 아기 사망 사건은 한방 시술이 전통으로 내려와 비록 우리에게 친숙하고 안전해 보이더라도 피부를 뚫는 침습 행위를 함부로 시행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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