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화면 하나 바꾼 ‘뉴아이패드’ 그래도 소비자는 열광…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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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벌써 3년째입니다. 2010년 애플이 첫 ‘아이패드’를 발표한 뒤 해마다 새로 업그레이드되는 아이패드를 꼬박꼬박 사 모았네요. 사실 멀쩡한 제품을 놔두고 새 기계를 산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 같습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저와 비슷한 많은 사람이 매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애플스토어 앞에 줄을 섭니다.

저도 마침 미국 출장길이어서 바로 애플스토어로 달려가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줄을 섰습니다. 적어도 10분 이상은 서 있어야 했는데 많은 사람이 불평 한마디 않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돈만 내고 제품을 들고 나오면 될 것을 왜 이러나 싶었지만 기다려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대에 최소 50만 원이 넘어가는 새 기계를 사려고 애플스토어까지 달려가는 사람에게는 이 기계를 사는 순간이 아주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판매 방식은 특별한 경험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던 동안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돕는 전담 직원이 있었습니다. 새 아이패드를 들고 와 손님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역할이죠. 줄서기가 끝나면 판매만 맡는 다른 직원이 1명의 손님만 매장 안으로 데려가 제품을 팝니다. 어떤 모델을 고를 건지, 애프터서비스는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일대일로 물어보죠. 이렇게 기다림 끝에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아이패드를 손에 들면 기분이 뿌듯해집니다. 별것 아니지만 애플은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팬’으로 바꿉니다.

[채널A 영상] “헉…” 줄 서서 사는 아이패드를 ‘도마’로 쓰는 할아버지

손에 든 아이패드와 기존 모델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면입니다. 같은 넓이의 화면에 네 배 더 많은 점을 집어넣어 선명도도 네 배 높아진 겁니다. 그 외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개선된 화면 때문에 무게는 오히려 조금 더 무거워졌고, 성능은 기존 모델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겨우 화면 하나’ 바뀌었다는 조롱도 있었습니다.

이런 조롱은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이 뭔가를 발표할 때마다 나왔습니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던 2년 전에는 ‘크기만 큰 아이폰’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고,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아이폰4S는 ‘아이폰4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혁신은 혁명이 아니라 포교처럼 진행됩니다. 성공한 어떤 종교도 처음부터 인정받은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어떤 종교도 한순간 갑자기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공한 종교 대부분은 시대의 지배자들로부터 박해와 비난을 받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 세상을 바꿔놓습니다. 혁신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19일(현지 시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자사주 매입계획을 밝히면서 새 아이패드가 발매 뒤 첫 4일 동안 300만 대 이상 팔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판매된 아이패드2는 첫 4일 동안 약 100만 대를 팔았습니다. 조용히 팔려나가 수많은 사람을 팬으로 만든 것이죠.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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