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디지털세상 여행 떠날땐 프로그램 언어는 필수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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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였습니다. 전공이 스페인어라서 멕시코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났습니다. 혼자서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었죠. 전공이라고는 해도 갓 2학년이 됐던 때라 제대로 말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출발 전 2주 동안은 공항에서 쓰는 용어, 가격을 흥정하는 표현, 학교에서 쓸 법한 단어 등을 집중적으로 외웠습니다.

어학연수 기간은 겨우 45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덕분에 적응은 빨랐습니다. 귀국할 때쯤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고, 여행을 다닐 정도의 일상 회화가 가능했습니다. 외국어라는 게 그런 겁니다. 시작은 어렵지만 관심과 노력만 기울인다면 기초적인 수준은 금세 터득할 수 있죠. 물론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여행은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는 ‘모바일 혁명’이라고 하고, 다른 누구는 ‘소셜미디어 혁명’이라고도 합니다. 약 20년 전에는 ‘정보화 혁명’이라고 불렸죠. 그런데 이런 혁명을 통해 디지털 세계로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나요? 스마트폰을 사고 태블릿PC 사용법을 배웠다고요? 여행으로 따지면 항공권을 사고 호텔 예약을 마친 셈입니다. 앱을 설치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쓴다고요? 겨우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수준이죠. 여행의 최종 목표는 아마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아닐까요. 그런 깨달음에 이르려면 언어는 필수입니다.

디지털 세계의 언어는 프로그램 언어입니다. ‘코드’라고도 불리죠. 현실 세계에 많은 언어가 있듯 디지털 세계에도 자바, C 같은 여러 언어가 있습니다. 뭘 배우든 관계없습니다. 가상 세계의 언어는 현실의 언어보다 훨씬 단순하고 예외가 거의 없는 데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배우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익히기 쉬운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독특한 벤처기업들이 뜨고 있습니다. 코드카데미, 블록, 트리하우스 같은 회사들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접속하면 프로그램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합니다. 온라인 영어학원 같은 온라인 프로그래밍 학원인 셈이죠. 시키는 대로 프로그래밍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아주 기초적인 문법과 용어가 손에 익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사업 모델이지만 이 회사들은 벌써 수십억 원씩 투자를 받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곧 ‘프로그램 언어 붐’이 일어나리라 예상한 겁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건 반드시 그 나라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대충이라도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배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언어는 도구일 뿐 목표가 아니니까요. 프로그램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전문 프로그래머가 될 게 아니라면 프로그래밍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일 뿐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 도구를 아는 사람이 앞서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무료로 진행되는 코드카데미(www.codecademy.com)의 문을 두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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