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대략난감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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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 동안 평소에 쓰던 애플의 ‘아이폰’을 꺼놓았습니다. 그리고 노키아가 만든 ‘루미아710’이란 스마트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를 번갈아 써봤습니다. 불편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습니다.

성능이 나빠서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두 스마트폰이 굉장히 훌륭했기 때문에 불편했습니다. 루미아710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운영체제(OS), 갤럭시노트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각각 사용한 스마트폰입니다.

루미아710에 쓰인 MS의 윈도폰 OS는 모자이크를 닮은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모두 앱(응용프로그램)을 가로세로 줄 맞춰 세워 두는 똑같은 디자인이라 지루했거든요. 그런데 윈도폰은 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갤럭시노트는 커다란 화면, 화면에 어울리지 않게 얇은 두께, 굉장히 부드럽게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는 전용 펜 등이 색다른 매력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휴대전화를 어떻게 쓰느냐”고 하던 사람들도 막상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리고 메모하는 모습을 보면 “값이 얼마냐”고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이 두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은 개성이었던 겁니다. 기존에 크게 성공한 제품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낮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일부 소비자로부터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는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성적인 스마트폰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우에는 포기할 게 많았습니다. 아이폰을 쓰면서 사놓은 수많은 앱부터 문제였습니다. 지난 2년 남짓한 기간에 아이폰을 위해 내려받은 앱이 400여 개, 음악은 200여 곡에 이릅니다. 대략 계산해도 아이폰 값(약 80만 원)만큼 콘텐츠를 사는 데 쓴 것 같더군요.

함께 산 다른 애플의 기기들도 문제였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컴퓨터를 모두 만드는 회사인데 제 컴퓨터와 태블릿PC도 애플 제품입니다. 하나라도 다른 회사 제품이 이 사이에 끼어들면 사용이 상당히 불편해집니다. 제 경우에는 어느새 아이폰에서 다른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기기를 바꾸기 위한 전환 비용이 새로운 스마트폰 한 대 값만큼 올라버린 듯했습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윈도폰을 쓰려면 인터넷 검색은 빙(MS의 검색엔진)으로 해야 하고, 문서작업은 MS오피스만 써야 합니다. 제가 애플의 굴레를 덮어쓰고 있는 것처럼 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소비자는 독특한 디자인의 OS를 쓰는 대가로 MS의 굴레를 뒤집어쓰는 셈이죠.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TV 사이에서만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고, 구글도 구글 서비스에 사용자를 묶어 두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결국 저는 이번에도 아이폰을 벗어나 다른 스마트폰을 쓰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환을 포기할 때마다 점점 더 다른 제품을 쓰기 힘들어집니다. 이 순간에도 새로 앱을 내려받고,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전환 비용은 얼마나 되시는지요? 지금이 바로 한번 따져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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