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풀뿌리 과학]<5>늘어나는 과학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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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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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생들 “얘들아 과학이랑 놀자”

日 과학체험 박람회 ‘사이언스 아고라’ 4년째
국내선 섬마을 초등생들과 ‘과활마당’ 첫걸음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1시간쯤 떨어진 인공섬 오다이바에서는 특별한 과학축제가 열렸다.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주최한 ‘사이언스 아고라(Science Agora)’였다. 축제의 주역은 이공계 대학생. 이들은 실험 부스를 마련하고 일일 과학교사도 맡았다. 최근 대중을 위한 과학축제에서 이공계 대학생들의 활약이 늘고 있다.

○ 세포 관찰-미디어 아트 작품 제작도

사이언스 아고라는 2006년 시작한 과학 체험 박람회다. 매년 11월경 3, 4일 동안 도쿄 인근에서 열린다. 관람객은 평균 6000명. 추진본부의 와타나베 마사타카 총감독은 “과학과 사회를 잇는 광장(아고라)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탄생했다”면서 “대중과 전문가, 어린이와 성인 모두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열린 광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아고라의 중심에는 도쿄의 이공계 대학생들이 있다. 도쿄대를 비롯한 각 대학 학부와 동아리는 각자 전공을 살려 부스 150개를 열고 과학 쇼와 실험교실, 과학연극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광장을 채웠다. 명문 여대인 오차노미즈여대 생물학과에서는 교수와 학생 30여 명이 동물세포와 식물세포를 관찰하고 세포에서 유전자(DNA)를 추출하는 실험 부스를 선보였다. 1학년인 고나카자와 미사 씨는 “어릴 때 과학축제를 다니며 과학자가 되는 꿈을 키웠다”면서 “나 같은 어린이가 또 있을 것 같아 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생물학과는 생명과학을 주제로 만든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았다. 아이들은 모니터 가득 나왔다 사라지는 단세포 생물과 다양한 분자 모형에 넋을 잃었다. 대학생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생명과학의 신비를 설명했다. 도쿄대 전기공학부 학생들은 자석의 힘만으로 알루미늄 판을 움직이는 등 자력을 이용한 과학 마술 실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역 학부모가 중심인 과학활동연구회도 나섰다. 이들은 ‘과학으로 놀기’란 제목의 부스를 마련해 빈 페트병과 스프링 같은 폐품으로 마이크를 만들었다. 연구회 교사로 활동하는 하나다 사사코 씨는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에 지부가 있다”면서 “지부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간 250회 이상 과학 놀이기구 만드는 법을 강연한다”고 말했다.

○ 국내선 섬 초등학생과 공룡 뼈 조립


국내에도 이공계 대학생의 과학 나눔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올 초 시작한 대학생 과학 봉사활동인 ‘과활마당’이 대표적이다. 과활마당은 대학생이 방학을 이용해 농촌봉사활동(농활)을 떠나는 것처럼 과학봉사활동(과활)을 떠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대학생 7, 8명이 팀을 이뤄 초등학생들을 찾아가 직접 기획한 과학실험을 함께 즐긴다.

8월 두 번째로 열린 과활마당의 주제는 ‘섬 이야기’였다. 거문도, 거제도, 개도, 울릉도 등 섬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과학을 전하자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과학교사로 활동할 학생 81명을 선발하는 데 500여 명이 지원했다. 이들은 공룡 뼈를 조립하고 전해질로 소금물을 사용한 전지를 만들며 초등학생들과 과학으로 교감했다. 추자도에서 과활을 펼친 오화영 씨(전남대 화학교육과)는 “5일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을 잊지 못해 지금도 계속 연락한다”면서 “이번 경험이 졸업한 뒤 과학교사가 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이준덕 동아사이언스 기자 cyrix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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