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과학기술인]<7>탄소나노튜브전문가 이건웅 박사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30대의 젊은 나이에 랩장을 맡아 터치스크린의 국산화를 이끌어낸 이건웅 박사. 휴대전화 컴퓨터 등 터치스크린이 필요한 곳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창원=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30대의 젊은 나이에 랩장을 맡아 터치스크린의 국산화를 이끌어낸 이건웅 박사. 휴대전화 컴퓨터 등 터치스크린이 필요한 곳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창원=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美연구원 마치고 귀국 전기硏전문랩장 맡아

단벽나노튜브 기술 이전 착수료로 10억 벌어

○현재∼2009년, 터치스크린 기술개발(수억 원)

최근 출시되는 휴대전화에는 버튼이 없다. 화면을 직접 누르는 ‘터치’ 기술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은 지금까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거나 일본에 기술료를 내고 생산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건웅 박사가 고안해 13일 이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한 ‘터치패널용 탄소나노튜브 투명전극 제조기술’ 덕분이다. 필름에 탄소나노튜브를 얇게 코팅하는 기술이다.

탄소나노튜브는 검은색이기 때문에 조금만 두꺼워도 빛이 투과하지 않아 터치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서로 뭉치기 때문에 얇으면서도 균일하게 코팅하기 어려웠다.

이 박사는 탄소나노튜브가 서로 뭉치지 않게 하는 물질과 필름에 붙게 하는 성분이 포함된 잉크를 개발했다.

그는 “한 겹으로 된 단벽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는데 2005년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이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단벽탄소나노튜브를 1g에 150만 원을 주고 들여왔다. 하지만 이대로는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없고 터치스크린을 만들어도 주요 소재를 수입하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30대 중반 패기에 가득 찬 젊음이 있었기에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관련 기술을 이전하면서 착수기술료로 10억1000만 원을 받았다. 또 앞으로 10년간 매출액의 2.7%를 추가로 받게 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는 물론 컴퓨터에도 터치스크린이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로 받게 될 금액은 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까지는 아니지만 2009년부터는 연봉이 1억 원대를 훌쩍 넘을 예정이다. 마흔이 안 된 젊은 나이로는 드물게 억대 연봉을 예약한 셈이다.

○2005년∼현재, 전기연 전문랩장(7000만 원 내외)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디서 연구를 할지 고민하다가 한국전기연구원을 택했다. 당시 전기연은 관련 분야의 연구 규모가 작은 대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택은 옳았다. 전기연은 4개월 만에 그를 탄소나노튜브전극 전문랩장으로 임명했다. 전문랩은 전기연에 있는 독특한 제도로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5년 동안 25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이 박사는 “연구비를 얻기 위해 다른 연구 과제를 구하러 다녀야 하는 시간에 연구에 주력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00∼2005년, 연구 기본 다지다(3000만 원 내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조지아공대에서 탄소나노튜브의 기본을 연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KIST에서는 여러 겹의 탄소나노튜브로, 조지아대에서는 본격적으로 단벽탄소나노튜브를 연구했다. 당시에는 연구팀의 일원으로 참여했지만 연구 역사가 짧은 분야라서 앞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기술 이전에 성공했지만 실제로 상용화를 해야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며 “2010년에는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국내 기술로 만든 터치스크린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창원=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한국산업기술재단 공동 기획

▼주목! 이 기술▼

이건웅 박사팀의 연구 핵심은 평균 지름이 1nm(나노미터)인 단벽탄소나노튜브를 잉크로 만든 것이다. 투명 필름에 잉크를 얇게 입혀 두 장을 겹치면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터치스크린이 된다. 단벽탄소나노튜브는 서로 뭉치는 성질이 강해 제품으로 응용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잉크에 단벽탄소나노튜브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는 물질과 플라스틱 표면에 잘 붙도록 하는 접착제를 첨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 이건웅 박사는

1970년 8월 광주 출생

1988년 2월 전남대 고분자공학과 졸업

1992년 2월 서울대 화학공학과 석사과정 졸업

1999년 8월 서울대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0년 1월∼2003년 9월 KIST 연구원

2003년 9월∼2005년 12월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2005년 12월 한국전기연구원 입사

2006년∼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 탄소나노튜브전극 전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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