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강동경희대병원 신장신경차단술

동아일보 입력 2012-06-13 03:00수정 2012-06-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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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어도 비정상이던 혈압… 신경차단술 한 번에 정상치로 뚝↓ 《난치성 고혈압 환자가 단 한 번의 시술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임상시험에 잇따라 참가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국내 난치성 고혈압 환자 120명은 신장신경차단술이라는 시술을 국내 10개 대학병원에서 올해 안에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혈압약을 3개 이상 복용하고도 정상 혈압(수축기 120mmHg/이완기 80mmHg)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4가지 이상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이다. 신장신경차단술은 신장과 뇌를 잇는 신장신경을 고주파로 태우는 치료법이다.

혈압을 올리는 교감신경계의 작용을 감소시키는 방식. 2년 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임상 허가가 최근 나왔다. 내년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 박모 씨(54·여)가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은 뒤의 경과를 살펴봤다. 그는 올 4월까지 10년째 고혈압약을 복용했었다.》

○ 시술 전 난치성 고혈압

신장신경차단 시술 장면.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박 씨가 지난해 3월 강동경희대병원을 찾았을 당시 혈압은 180/100mmHg로 나왔다. 이뇨제와 칼슘차단제 등 혈압치료제를 9년간 복용했지만 혈압은 정상치를 벗어났다. 2008년에는 혈압 조절 실패로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병원을 찾기 직전에는 뇌중풍으로 인한 반신마비 증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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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진은 박 씨에게 교감신경의 작용을 줄이는 베타차단제를 추가로 처방했다. 복용하는 약물이 4가지로 늘어났다. 하지만 박 씨의 혈압은 160/100mmHg 이상으로 나왔다. 약물로 혈압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다 박 씨는 만성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식사 이후 2시간 뒤에 잰 혈당이 dL당 405mg로 정상인 기준(140mg/dL)의 배를 웃돌았다. 지난해 5월에는 당뇨망막증과 녹내장 진단도 받았다. 이런 증세로 박 씨는 우울증에도 걸렸다. 바깥 나들이나 가족과의 대화도 기피했다.

신장신경차단 시술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수술팀은 올 4월 12일 박 씨를 포함한 4명의 난치성 고혈압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수술팀은 박 씨에게 진통제와 국소 마취제를 투여하고 수술실로 옮겼다. 수술에는 독일 의사 보도 크레머스 씨도 참관했다. 그는 고주파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다국적 회사의 요청을 받고 이 병원을 방문했다.

고주파 의료기기는 신장신경을 태우는 데 사용된다. 국내에는 이 같은 의료기기가 생산되지 않는다. 크레머스 씨는 “의료기기가 5000달러(약 587만 원) 이상으로 약간 비쌀 뿐, 시술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 1시간 만에 신경을 태우는 시술

수술팀은 박 씨의 심장 동맥을 체크했다. 시술 도중 심장 발작이 일어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이어 신장과 연결된 동맥에다 조영제를 넣어 신장 동맥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동맥은 환자의 호흡에 따라 조금씩 움직였다. 치료팀은 신장 동맥의 지름을 측정했다. 양쪽 다 5.4mm로 나왔다.

수술팀을 지휘하던 심장내과 김종진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차기 이사장)는 “신장동맥 지름이 3.5mm 이하인 환자는 시술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름을 확인한 수술팀은 양쪽 신장과 연결된 동맥 안에다 카테터(가느다란 튜브)를 넣고 고정시켰다. 카테터 안에는 고주파 의료기기의 전선이 들어 있다.

수술팀은 고주파 의료기기를 전기에 연결하고 나선형으로 천천히 돌렸다. 신장신경은 신장동맥 외벽에 자리 잡고 있다. 신장동맥 안쪽에서 고주파를 쏘면 외벽에 있는 신장 신경의 연결이 끊어진다.

크레머스 씨는 “고주파 기기에 전기를 연결하면 60∼70도의 열이 발생해 바깥쪽의 신경을 효율적으로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시술 직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는데 약물로 통증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별다는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박 씨는 시술이 끝나자마자 일반 병동으로 옮겨져 시술 당일 집으로 돌아갔다.

○ 수술 후 뚝 떨어진 혈압

크레머스 씨는 “최근 2년간 임상시험 결과 신장신경차단 시술을 받은 환자 중 90%가 혈압이 떨어졌다”며 “시술 후 다음 날부터 혈압이 떨어지는 환자도 있지만 대다수 환자는 시술 후 3∼6개월이 지나 혈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시술 이후 한 달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5월 13일부터 병원에서 세 차례 혈압을 쟀을 때 130/85∼150/90mmHg로 나왔다. 이번 시술로 수축기 혈압이 30∼50mmHg로 떨어졌다.

박 씨는 이제 고혈압 치료제 중 하나를 빼고 3가지만 복용한다. 박 씨를 돌보는 조진만 교수는 “뇌중풍 재발 위험이 많이 낮아졌지만,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은 혈압을 130/80mmHg으로 더 엄격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어 추가 복용 중단은 경과를 더 지켜본 뒤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박 씨의 식후 2시간 뒤의 혈당은 dL당 140∼180mg으로 떨어졌다. 신장신경차단술로 당뇨병의 진행 위험도 줄었다. 김 교수는 “당뇨망막증과 동맥경화와 같은 합병증의 진행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씨는 요즘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집 근처 재활병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며 당뇨병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한다.

김 교수는 “최근 3년간 임상시험 결과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은 환자의 10%는 시술 이후에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특히 85세 이상이나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시술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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