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사이언스/과학관은 살아있다]오렌지색조끼 입은언니…

  • 입력 2008년 7월 2일 20시 10분


오렌지 조끼를 입은 익스플레이너가 소의 눈을 해부하고 있다.
오렌지 조끼를 입은 익스플레이너가 소의 눈을 해부하고 있다.
오렌지색 조끼 입은 언니, 전시물 설명하는 과학자

누구나 자신을 가르치려든다는 생각이 들면 거부하기 마련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 스스로 배울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배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 가르침이란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과학관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엄마가 자녀 손을 이끌며 “너 이거 학교에서 배웠지?” “이거 내년에 교과서에도 나온다. 똑바로 안 볼래!”하면 아이는 영락없이 얼굴을 찌푸리며 엄마 손을 놔버린다. 그런데 방목하듯 내버려두면(물론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딘가에(적어도 한 곳엔) 발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스스로 관심을 보이며 거기다 덤으로 물어보기까지 한다. 이때가 기회다. 등이 간지러울 때 긁어줘야 점수를 따듯 뭔가 물어 볼 때 그 호기심을 낚아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과학관의 전시물이 관람자들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전시물은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지만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못하고 어떤 전시물은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관람자들과 수다를 떠는 형국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전시물들은 그 존재가치가 평가 절하돼 있다. 관람자들은 바쁜 듯 눈길 한번 주고는 휙~떠나버린다. 이런 전시물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선생님’이다. 선생님하면 왠지 딱딱하고 가르치려고만 할 것 같지만 과학관에서는 다양한 ‘말랑말랑한’ 선생님이 존재한다. 물론 과학관에는 학교 과학선생님도 많다. 학교 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을 데리고 온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과학관에는 다양한 수준의 선생님들이 있다. 필자가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움에 갔을 때 소의 눈을 해부해 보여주는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학생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익스플레이너라고 부르는데 방문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여러 시범실험도 보여준다. 매년 150명의 익스플레이너가 익스플로러토리움에 고용된다. 단체 관람객 익스플레이너는 주로 대학생이 맡고 보통 익스플레이너는 고등학생이 맡는다. 대학생 익스플레이너는 오전에, 고등학생 익스플레이너는 주로 오후에 활동하고 시간당 7~12달러를 받는다. 익스플레이너들은 가르치면서 배우는 보너스도 받는 셈이다. 익스플레이너는 전공에 관계없이 과정을 이수하면 활동할 수 있다.

일본 동경에 있는 과학미래관에는 첨단 전시물이 많다. 전시물을 관람자가 충분히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과학관보다 자원봉사자가 유독 많다. 그런데 필자가 만난 자원봉사자는 지식의 깊이가 꽤 깊었다. 그래서 물었더니 현직 과학자였다. 어떻게 과학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냐고 물었더니 평일은 어렵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가능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과학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일이 꽤 재미있다며 자랑했다.

스승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배울 수 있는 모든 이가 스승이 아닐까. 과학관에서 아름다운 배움의 꽃이 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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