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한방]배꼽 때 잘못 벗기면 복막염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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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려서부터 성교육을 받기에 그렇지 않겠지만 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기가 배꼽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배꼽은 아직도 모성 이미지와 연관된다.

배꼽 티, 배꼽 피어싱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배꼽은 자신의 성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배꼽은 단순히 성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다지 쓸모없는 흔적기관 정도는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하나의 장기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배꼽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던 탯줄이 붙어있던 자리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의 배꼽은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개나 고양이가 배꼽이 없는 이유다.

인간의 배꼽은 지방질, 땀, 분비물, 죽은 세포 등이 함께 뭉쳐진 때가 잘 생긴다. 따라서 병도 생길 수 있다.

배꼽에 생긴 때를 섣불리 벗겨내다가는 진물과 복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요즘처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다.

배꼽은 하부에 근육 없이 바로 복막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 복막은 위 대장 소장 간을 감싸고 있으면서 이들 장기 어딘가에 세균이 감염되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 이를 퍼지지 않게 방어해 준다.

또 길이가 7m나 되는 대장과 소장이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꼽이 튀어나와 있으면 탈장을 의심할 수 있다.

배꼽을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자꾸 만지작거리면 복막이 쓸데없이 자극되고, 심하면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를 ‘제습(臍濕)’ 또는 ‘제창(臍瘡)’이라 하는데 항생제가 없던 옛날에는 어린이에게 잘 생기고 잘 낫지 않아 무척이나 골치 아픈 병이었다.

수영 후 배꼽에서 냄새와 함께 진물이 나오고 항생제도 잘 듣지 않아 고생하는 환자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때에는 당귀, 백반, 그리고 동방박사가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예물로 바쳤다는 유향과 몰약을 가루로 내어 뿌려주면 잘 낫는다.

배꼽 피어싱은 소화 기능이 왕성하고 근육이 적당히 있는 ‘글래머 형’ 여성이라면 큰 상관이 없으나 몸이 냉하고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여성이라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후자의 여성은 배꼽에 뜸을 떠서 따뜻하게 해줘야 소화가 잘되고 자궁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살려면 배꼽에 뜸을 자주 떠라’는 말이 나온다. 아랫배가 차고 하체에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꼭 권할 만한 장수비법이다.

윤영석 춘원당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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