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한방]보약은 가을보다 여름에

  •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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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인데 벌써 한낮 더위에 숨이 막힐 듯하다. 올여름에 올 것이라는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에 땀을 흘리다 보면 몸 안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다.

여름철에 한약 먹기를 권하면 ‘약효가 땀으로 다 배출된다’며 가을이나 돼야 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과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과 함께 약 효과가 몸 밖으로 나갈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한의사는 가을보다는 여름철에 보약 먹기를 권한다. 원기가 떨어지고 활동 강도가 높아지며 활동 시간이 길어지는 여름철에 몸을 보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약은 계절에 따라 그 처방이 다르다. 기후 변화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달라지므로 처방도 이에 맞춰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약처방 가운데 여름에 기력이 없을 때 누구나 별문제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생맥산(生脈散)이다. 말 그대로 ‘맥이 살아나는 처방’인데 인삼 오미자 맥문동 감초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고 갈증이 심하면서 맥이 없을 때 원기를 빨리 돋워 주고 체질에 별 상관없이 달여 마시는 좋은 처방이다. 각 약재의 배합 비율은 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한의사에게 자문한 다음 정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먹는 음식도 조금만 신경 쓰면 한약처럼 몸을 보할 수 있다. 여름에는 대기가 더운 반면 내장 기관은 차가워지기 때문에 찬 성질의 음식이나 약재를 주의해서 써야 한다. 겨울에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도 끄떡없는 사람도 여름에는 이런 음식에 배탈이 잘 나는 것이다.

삼계탕에 인삼이 들어가는 것도 닭의 냉한 성질을 인삼의 더운 성질로 보완해 설사를 방지하고 보양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삼계탕에 황기 20g 정도를 더 넣고 달이면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바닷장어 고아낸 물에 인삼, 황기, 대추를 넣고 달여 마시면 삼복더위를 견디는 데 효과가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덜 받고 그늘 아래서 충분히 쉬면서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황제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몇 안 되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한약이나 음식의 힘을 빌려 더위를 이길 수밖에.

윤영석 춘원당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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