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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名병원]<4>英로열 브롬프턴&헤어필드 국립병원

입력 2006-11-25 02:55업데이트 2009-10-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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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로열 브롬프턴 & 헤어필드 병원 외과의사 비아스 마키데스 씨(오른쪽)가 심장 관상동맥에 ‘스텐트’라는 철사 그물 튜브를 삽입해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로열 브롬프턴 & 헤어필드 병원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고, 펍(대중 술집)에서 폭음과 흡연을 즐겨 온 영국인에게 가장 흔한 병이 발작 후 몇 시간 안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심장병이다. 영국 로열 브롬프턴 & 헤어필드 국립병원(The Royal Brompton & Harefield NHS Trust)은 심장병 분야에서 유럽 최고의 병원으로 꼽힌다. 특히 헤어필드 병원의 심장 및 폐 이식 분과가 유명하다. 2500여 차례의 심장 이식수술이 이곳에서 이뤄졌고, 현재 평생 사후관리를 받고 있는 심장 이식환자가 1200명을 넘는다. 또 이 병원은 임페리얼칼리지 의대의 ‘국립 심장 및 폐연구소’와 함께 인공심장 개발을 주도해 왔다.》

■꺼져가는 심장도 다시 뛰게 한다

영국 병원 평가에는 국가의 연례 실적 평가와 민간회사 닥터포스터의 병원 등급이 주로 인용된다. 로열 브롬프턴 & 헤어필드 국립병원은 국가의 연례 실적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았다.

또 닥터포스터 등급으로는 맨체스터의 위던쇼 병원과 함께 심장병 분야의 최고 병원으로 꼽혔다. 로열 브롬프턴 병원은 런던의 부촌인 켄싱턴 첼시버러에, 헤어필드 병원은 런던 북서쪽 힐링던의 전원주택 지역에 있다. 두 병원은 1998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통합됐다.

▽첨단 의술 개발=로버트 홀랜드(45) 씨는 자신의 피부 조직으로 만든 심장판막을 이식 받은 세 번째 환자다. 그동안 심장판막은 티타늄 같은 합금이나 돼지 또는 소의 피부 조직으로 만들었는데 환자 자신의 피부 조직으로 만든 심장판막이 이 병원에서 새로 개발된 덕분이다.

합금으로 만든 심장판막은 평생 사용이 가능하지만 피가 응고되기 쉬워 이를 방지하는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돼지나 소의 피부 조직으로 만든 심장판막은 피의 응고를 막는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지만 수명이 길지 못하다.

홀랜드 씨는 잡퍼드 병원의 전문의에게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고 그 전문의는 헤어필드 병원을 소개했다. 홀랜드 씨는 심장 박동이 중단되는 4시간의 힘든 수술 끝에 현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환자에게 다가가는 체제=도나 리처드슨(18) 양은 두 차례의 심장발작을 겪고 응급차로 지역병원에 실려갔다. 리처드슨 양은 곧 옥스퍼드의 존 래드클리프 병원으로 이송됐다. 못 쓰게 된 혈관을 다른 혈관으로 이어주는 심장 바이패스 수술을 두 차례 했다.

수술은 잘됐지만 심장 구실을 대신해 주는 기계 장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의사는 리처드슨 양의 유일한 선택은 심장 이식밖에 없다고 결론 내리고 헤어필드 병원과 접촉했다.

그러나 헤어필드 병원으로 리처드슨 양을 옮기기에는 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헤어필드 병원 의료팀이 래드클리프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팀은 리처드슨 양에게 일단 인공심장을 장착했다.

이번엔 헤어필드 병원의 심장 이식 코디가 리처드슨 양을 방문했다. 리처드슨 양에게 인공심장은 심장 기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가교 구실을 할 뿐이다.

심장 기증자가 나타나 9시간 반의 긴 수술 끝에 리처드슨 양의 몸에서 인공심장을 떼 내고 기증자의 심장을 이식했다. 리처드슨 양은 현재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매일 이식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

▽대기 환자 케어 시스템=앨런 스프루스(71) 씨는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를 겪고 수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로서는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고 단지 언덕을 오를 때나 추운 아침에 숨이 차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영국 병원은 무료이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턱없이 길다. 그는 수술까지 9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로열 브롬프턴 병원의 간호사가 네 차례 그의 집을 방문해 심장 상태를 점검했다. 그는 올해 9월 네 차례의 바이패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금은 집 근처의 재활센터에 다니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

세심한 대기 환자 관리는 의사들이 아니라 병원 경영자들의 몫이다. 수많은 환자가 늘 대기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진단과 치료 외의 부수적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런던=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심장이식 2000회 야쿠브 경

심근증 환자 심장 쉬게 한 뒤 다시 사용하는 시술법 개발

마그디 야쿠브(71·사진) 경은 지금까지 2000여 회의 심장 이식수술을 집도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외과 전문의다. 1980년 그에게서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뒤 25년간 생존하다 지난해 사망한 데릭 모리스 씨는 유럽 최장수 심장 이식 환자로 기록돼 있다.

야쿠브 경은 최근 환자의 심장에 ‘휴식 시간’을 주는 동안 임시로 인공 심장을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심장 이식수술에서는 기증되는 심장이 늘 부족하고 그런 심장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의 이식 거부반응을 걱정해야 한다”면서 “의사가 환자 본인의 심장을 재활용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시험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시험은 말기 심근증 환자에게 인공심장을 장착해 환자 자신의 심장을 쉬게 하고 그로부터 6개월 뒤 원래 심장을 다시 사용해 예후를 본 것이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심근증 환자 15명 중 4명은 자신의 심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결국 심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나머지 11명은 인공심장을 떼내고 다시 자신의 심장에 의지했다. 그 결과 1명은 하루 만에 사망했고 1명은 27개월 뒤 폐암으로 숨졌으며 1명은 다시 심장병을 일으킨 뒤 심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이들 3명을 제외한 8명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생존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들이 처했던 심근증 말기 상태에 비춰볼 때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쿠브 경은 195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카이로대에서 의사 자격을 땄다. 1969년 헤어필드 병원에 부임한 그는 매년 200건의 심장 이식수술을 하면서 이 병원을 영국 최고의 심장 이식센터로 이끌었다. 199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다.

2001년 병원에서 은퇴한 뒤 1993년 자신이 창립한 헤어필드 연구재단(Harefield Research Foundation)에서 헤어필드 병원 의료진과 함께 심장병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런던=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영국의 국립의료서비스 기관

외국인도 응급시엔 무료치료 이식은 대기자 많아 내국인만

국립병원, 정확하게 국가의료서비스 기관(NHS Trust)은 1948년 영국 정부가 종전에 자선단체들이 운영하는 수백 개의 병원 대부분을 접수하면서 출발했다.

NHS의 이념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의료서비스다. NHS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직접 치료비를 내지 않는다. 세금에 병원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운 유명한 비버리지 보고서가 NHS 출범의 촉매가 됐다.

NHS 병원을 이용하려면 먼저 1차 진료기관인 일반 진료의(GP)를 방문한다. 영국 의사의 대부분은 GP다. GP는 전문의(Consultant)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상급 진료기관, 즉 NHS 병원에 위탁한다.

응급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NHS 환자들은 1년씩 기다리는 일이 보통이고 비교적 급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도 1개월 이상 대기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도 점차 사설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설 보험이 더 빠르고 편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설 의료보험을 이용하면 NHS 병원의 개인환자과(Private Patient Unit)나 민간 병원에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전문의들은 NHS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남은 시간은 NHS 병원 개인환자과나 민간 병원에서 진료하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외국인도 로열 브롬프턴 & 헤어필드 국립병원의 개인환자과를 이용해 심장병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심장이식수술은 예외다. 심장 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라도 영국에서 응급 상황을 맞았다면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런던=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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